제950장 왜 기분이 안 좋아요

정완수는 개의치 않았다. “이민준,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온 친구니까 너도 잘 아는 거 아니야. 당파에서 무술을 배운 적도 없고 기껏해야 두뇌로 살아남을 수 있는 내가 대표님을 다치게 할 수 없어. 그토록 경계하지 않아도 돼.” “함께 자라온 친구라고? 그걸 아는 놈이 이런 짓을 해?” 분노가 극에 달한 이민준은 눈에 불을 켰다. “정완수, 대표님이 너한테 뭐 못 해준 거라도 있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정완수는 담담하게 답했다. “너는 몰라.” “몰라?” 이민준은 분통을 터뜨리며 헛웃음을 지었다. “내가 아무리 몰라도 배신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알아. 너한테 뭐 말 못 할 사정이라도 있는 거야?” 정완수는 미소를 지으며 박지환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어두운 얼굴에는 털끝만큼의 표정도 분노도 실망도 없이 낯선 사람을 대하는 것만 같았다. 정완수는 속으로 감개무량해하며 답했다. “그런 거 없어.” 이민준은 달려들어 정완수에게 주먹을 날렸다. 그대로 받아들인 정완수의 입가에 피가 흘렀다. 박지환이 나서서 제지했다. “이민준, 진정해.” 정완수가 답했다. “대표님, 제가 잘못한 거니까 죽이든 말든 마음대로 하세요.” “죽을지언정 아무것도 털어놓을 생각이 없다는 뜻인 거지?” 정완수는 미소를 지었다. “네.” 여기에 와봤자 무의미하다는 걸 알면서도 박지환은 그에게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고 싶었나 보다. “그래, 한경과 같이 외국으로 가. 다신 돌아오지 마.” 그 말에 정완수는 경악하고 있었고 박지환은 무표정한 얼굴로 방을 나섰다. 차에 앉는 순간 짙은 피로가 밀려온 박지환은 이 순간 민서희가 극도로 보고 싶었다. 당장이라고 그녀를 품에 안고 있어야만 차가워진 마음이 따스해질 것만 같았다. 별장으로 향하는 길 기분이 언짢은 이민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박지환은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입을 열었다. “3일 휴가 줄 테니까 푹 쉬고 와.” 이민준은 눈물을 닦고서야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괜찮아요. 오늘 하루 쉬고 나면 내일은 다시 원상태로 회복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