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장 그녀는 그저 도망가고 싶을 뿐이다

민서희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 박지환의 방문을 열었다. 이때, 튼튼하고 힘찬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고 번쩍 들어 올렸고 이내 그녀를 폭신한 침대에 눕혔다. 박지환은 거칠게 키스를 퍼부으며 그녀의 옷을 벗겼다. 민서희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발버둥을 치며 소리를 질렀다. “싫어요! 나 다치지 마요!” “다치지 말라고?” 박지환은 그녀의 턱을 움켜쥐더니 오만한 자태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다치면 안 되는 이유 대봐. 당신 이혼하기 싫은 거 아니었어? 그렇다면 부부의 의무는 다해야지?” 민서희는 다급히 설명했다. “이혼하기 싫다는 게 아니잖아요. 엄마만 만나게 해준다면 이혼해 준다고요! “ “그 입 다물어!” 박지환은 그녀를 호통쳤다. 당장이라도 이혼하고 싶다는 그녀의 말투는 아주 귀에 거슬렸다. “같은 변명도 두 번 쓰면 질리는 법이야.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난 너보다 더 잘 알아!” 무슨 생각? 그녀는 그저 도망가고 싶을 뿐이다. 다른 여자의 향기를 품은 박지환의 입술이 다가오자 그녀는 온몸으로 거부했다. “지환 씨, 저녁에 윤서아 씨한테 간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러니 사랑은 윤서아 씨와 나누세요. 부부의 의무는 필요 없어요. 다들 두 사람이야말로 천생연분이라고 생각하니 그냥 윤서아 씨 찾아가고 나 좀 내버려 둬요.” 민서희는 필사적으로 박지환의 품을 벗어나려고 했다. 병원에서 나와 차에 탔을 때, 그녀는 조수석에 앉을지언정 남자 옆에 앉기 싫었다. 그런데 이젠 하다 하다 윤서아와 사랑을 나누라니? 정말 민서희는 박지환에게 조금의 미련도 남지 않은 걸까? 박지환은 가슴이 답답해졌다. “민서희, 우리 아직 이혼 전이야. 난 외도했다는 말 듣기 싫어. 당신 설마 서아에게 불륜녀 딱지 붙이고 싶은 거야? 꿈 깨,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 어쨌든 서아도 이런 몰골인 널 전혀 신경 쓰지 않아.” 바로 이때, 마침 윤서아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고 그제야 박지환은 입을 다물었다. 전화기 저편에서 윤서아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환 씨, 언제와요? 나 특별히 지환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