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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장 대신 죽어 줄 꼭두각시

민서희는 웃음이 나왔다. “덮어씌운다고요? 그렇다면 그렇게 생각하세요. 피곤하니 나가줄래요?” 또 시작이다. 박지환은 머리가 지끈해졌다. 민서희를 위해 한 일이 부족했던가? 확실한 증거도 없는데 윤서아를 회사로 불러 따져 물었다. 민서희를 위해 아끼는 윤서아를 의심했었다. 그런데도 부족하단 말인가? “민서희, 적당히 해. 그 사건은 내 불찰이 맞아. 그러니 내 탓만 하라고. 서아를 모함할 생각 하지 말고!” 민서희는 피식 웃었다. 그녀가 감히? 아무 무기도 없는 장님이? 더는 박지환과 말을 섞기 싫은 듯, 민서희는 눈을 감고 이불을 뒤집어썼다. 이 여자를 제외한 그 누구에게서도 냉대받은 적 없었던 박지환은 씩씩거리며 병실을 나갔다. 마침 병실 앞에 있던 이민준은 그 모습에 화들짝 놀랐다. 박지환의 정서는 그야말로 변덕스럽다. 민서희가 그의 인생에 나타난 뒤로부터 이렇게 된 것 같다. 그 뒤로 한동안 박지환은 나타나지 않았고 그저 간병인을 보내 그녀의 일상을 돌보았다. 간병인은 틈만 나면 뉴스를 봤는데 민서희에게 박지환의 행방도 가끔 전해주었다. 박지환은 윤서아와 함께 자선 파티에 가기도 했는데 어쨌든 그의 옆에는 항상 윤서아가 빠지지 않았다. 처음에 민서희는 그저 한 귀로 듣고 다른 한 귀로 내보냈지만 나중에는 싫증이 몰려와 참다못해 말했다. “앞으로 그 사람 일은 전하지 말아주세요.” 그녀의 말투에 간병인은 잠시 멈칫하더니 핑계를 대고 불쾌하게 밖으로 나가버렸다. 아마 앞도 보지 못하는 장님이 성질을 부리니 화가 난 듯했다. 민서희는 피곤함에 두 눈을 감았지만 머릿속이 뒤숭숭해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때 병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 하이힐이 타일을 밟은 소리가 방에 울려 퍼지자 민서희는 본능적으로 머리를 돌리고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윤서아 씨?” 그녀의 말이 맞았다. 윤서아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본성을 드러냈다. “맞아요. 지환 씨가 두 달 동안 민서희 씨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지내는지 걱정돼서 와봤어요.” ‘보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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