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화 네가 어떻게 단정해

“버틴다고요?” 민서희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말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이준 씨와 함께 버틸 시간이 없어요.” 그녀는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 갈 정도로 주먹에 힘을 주었다. 그녀가 뱉는 한 마디 한 마디는 모두 비수가 되어 그녀의 심장을 찔러댔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반드시 박지환의 앞에서 서이준과의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 아니면 이 일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 “지환 씨 나한테 잘해줘요. 이번에는 그냥 단순한 사고였어요. 앞으로 이런 일 없을 거니까 이 사람만 좋다면 난 영원히 이 사람 옆에 있을래요. 그러니 그만 가세요.” “서희야! 너 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해!” 그 말에 빈정 상한 박지환은 서이준의 멱살을 잡으며 되물었다. “마음에 없는 말이라니?” 박지환은 약간 득의양양해서 말했다. “민서희 원래 나 사랑했어. 날 만나기 위해서 빗속에서 20킬로미터를 걸었던 여자야! 넌 민서희가 잠시 의지했던 사람일 뿐이야. 그러니 주제 파악해!” 말을 끝낸 박지환은 이민준을 불렀다. “이 사람 내보내! 그리고 다시는 이 병실에 들이지 마!” 서이준이 버티려했지만 프로 경호원인 이민준은 손쉽게 서이준을 밖으로 끌어냈다. 서이준이 나가고 박지환은 병실 문을 닫았다. 그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민서희에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넌 평생 내 옆에 있어도 돼. 네가 말만 잘 들으면 어떤 모습이든 상관없어. 내가 평생 돌봐줄게.” 은혜를 베푸는 듯한 그의 말투에 민서희는 삽시에 안색이 변하더니 두 눈을 감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말했다. “피곤해요, 나가주세요.” 그녀의 싸늘함에 박지환의 미소가 그대로 굳어졌다. 그는 그녀의 이불을 잡아당기며 따져 물었다. “민서희, 너 그게 무슨 뜻이야?” 민서희는 아직도 가슴이 아파 주먹을 불끈 쥐고 고통을 참으며 말했다. “별 뜻 없어요. 그냥 쉬고 싶은 것뿐이에요.” “서이준이 물 줄 때는 왜 쉬고 싶지 않았어? 서이준이 없어지니 피곤해?” 박지환은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아, 그런 거네. 너 지금 내 탓 하는 거지? 너 제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