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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장 다 그녀 때문이다

박지환은 차가운 얼굴로 입구에 얼어붙어 천천히 물을 마시는 민서희와 그녀의 땀을 닦아주는 서이준을 번갈아 보았다. 두 사람의 티키타카에 박지환은 뚜껑이 열릴 것 같았다.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박지환을 짜증 나게 할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이 순간, 마치 박지환이야말로 두 사람의 사랑을 방해하는 방해꾼처럼 느껴졌다. “목은 어때?” 서이준은 물 잔을 내려놓고 관심 조로 물었다. “좋아졌어? 아직도 많이 아파?” 아까만 해도 타들어 가던 목이 물을 마시니 많이 좋아졌다. 민서희는 마른 입술에 침을 묻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좋아졌어요.” 비록 아직도 많이 아프고 목소리가 갈라져 있는 상태지만 그녀는 애써 입을 열었다. “이준 씨, 인터넷에 스캔들이--” “그거 말하는 거야? 서씨 가문 노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런 날이 올 줄은 이미 예상했어.” 서이준은 마치 그녀가 자책한다는 것을 알기라도 하는 듯 그녀의 말을 끊고 담담하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오히려 잘 됐어. 우리 집안에서 이 일 수습하느라 나한테 신경 쓸 시간도 없어. 그래서 난 대신 자유를 얻었지.” “그치만......” 민서희는 미간을 찌푸리고 애태우며 말했다. “이준 씨 이미지는 어떡해요? 비전은 어떡해요? 가문에서 가만두지 않을 거잖아요!” “될 대로 되겠지, 뭐. 괜찮아.” 서이준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게다가 나 이 사실 밝혀지지 않았어도 병원에서 일 못해.” “그게 어떻게 같아요!” 흥분할수록 민서희의 목에서는 더 큰 고통이 전해졌고 그럴 때마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이불을 움켜쥐고 어깨를 가볍게 떨었다. 서이준이 병원에서 근무하지 않고 시골에서 병원을 차린 건 그녀가 사람을 떠나면 안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그의 실력으로는 분명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었다. 모든 게 다 그녀 때문이다. “서희야, 흥분하지 마. 아직 큰 소리로 말하면 안 돼!” 서이준이 긴장한 기색으로 그녀의 땀을 닦아주려는 순간, 갑자기 박지환의 손이 나타나 그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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