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장 그녀는 더는 이 남자에게 관심이 없다

한경은 깍듯하게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네, 큰 사모님은 윤서아 씨와 가족이니까요.” 고개를 끄덕이던 여자는 무심결에 한경 옆에 있는 민서희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이쪽은?” 여자의 목소리에 민서희는 다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녀는 여기서 은서경을 마주칠 줄 생각도 못 했다. 더군다나 이런 방식으로 마주치다니...... 황급히 고개를 숙인 뒤에야 그녀는 반응했다. 은서경은 망가진 그녀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다는 것을. “윤서아 씨의 친구분이십니다. 눈이 안 보여서 대표님이 저한테 모셔다드리라고 하셨습니다.” “눈이 안 보인다고?” 은서경은 안타깝다는 어조로 말했다. 그녀는 왠지 모르게 눈앞의 이 여자에게서 익숙한 느낌을 받았고 저도 몰래 손을 뻗어 그녀의 손끝을 잡았다. “어머, 너 손이 왜 이렇게 차가운 거니? 이젠 가을인데 옷 좀 많이 입고 다녀야지.” 은서경은 스카프를 벗어 민서희의 몸에 둘러주었다. “오래 사용한 거라 낡았지만 따뜻하니까 이렇게 두르고 있어. 난 볼 일이 있어서 이만.” 은서경은 부드럽게 웃더니 민서희의 손을 풀어주고 병실로 향했다. 민서희는 계속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은서경이 보이지 않자 그제야 한경은 민서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민서희 씨, 그만 갑시다.” “네.” 민서희는 울먹이며 대답했다. 고개를 드는 순간, 얼굴은 이미 눈물로 젖어있었다. 한경은 문득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기분을 느꼈다. 상처를 처리할 때도 울지 않던 민서희가, 무릎이 아파 겨우 걸으면서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던 민서희가, 은서경의 한 마디 걱정에 이렇게 아이처럼 눈물을 흘리다니. 그녀는 입술을 떨며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다. “미안해요. 저도 모르게.” 그녀는 이내 싱긋 웃어 보이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예전 생각이 나서요.” 민서희를 집에 데려다준 뒤, 한경은 박지환의 호출 전화를 받고 병원으로 돌아갔다. 박지환은 차에 오르며 조급하고 짜증 섞인 표정으로 물었다. “별장으로 돌아갔어?”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