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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넌 아이를 낳을 자격이 없어   

민서희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 남자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전화했을 때부터 알고 있었는데 왜 모른 척 했던 거지? 자신이 무너지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어서 그랬던 걸까?   그녀는 아랫 입술을 꽉 깨물고 최대한 진정을 되찾으려 애썼다. 왜냐하면 박지환이 그녀가 울먹이는 모습을 싫어했기 때문이었다. "지환 씨... 저 정말 당신 말 잘 들을게요... 이 아기... 그냥 낳으면 안될까요? 절대 당신 귀찮게 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윤서아가 깨어나는 대로 바로 아이 데리고 떠날게요. 세상에 없었던 것처럼 조용히 잘 키울게요."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에도 박지환은 전혀 미동이 없었다. 오히려 그녀를 비웃는 듯한 차가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민서희, 헛된 꿈 꾸지마. 너의 얼굴만 아니었어도 넌 이 박지환의 아내가 될 자격도 없는 사람이야. 가끔 선을 넘는 건 참을 수 있어도 나 박지환의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건 서아 한 사람 뿐이라고. 넌 자격 없어."   넌 자격 없어.   너무나도 잔인했다. 그녀에게 이 한 마디는 채찍으로 맞은 것보다 더 아팠다.   박지환은 어째서 이토록 잔인하게 그녀에게 대하는 걸까?   민서희는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웠다. 밖에서는 인기척 소리가 들려왔고 그녀가 고개를 들었을 때 한경은 이미 눈앞에 서있었다.   한계가 다다른 박지환은 바로 명령을 내렸다. "한경. 당장 이 여자 데리고 조용한 개인 병원으로 가. 절대 어떤 아무에게도 들켜서는 안돼!"   민서희는 동공에 지진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어째서 자신의 아이에게 이토록 잔인할 수 있는가. 민서희는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안돼요... 지환 씨, 안돼요!"   박지환은 그녀의 애원을 무시하고 한경에게 눈빛을 보냈다.   민서희는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얘지는 것 같았다. 털썩 박지환에게 무릎을 꿇었다.   "지환 씨, 제발요... 제가 이렇게 빌게요! 제발 이 아이 낳을 수 있게 해주세요. 이 아이만 낳을 수 있다면 시키는 대로 다 할게요. 아이 낳자마자 바로 보낼게요!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세요!"   그녀는 이마가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연신 머리를 바닥에 찧었다.   박지환은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보며 말했다. "민서희, 넌 정말 네 얼굴값도 못하는구나. 서아였다면 절대 이렇게 비굴하지 않았을 거야!"   민서희는 하마터면 웃을 뻔 했다.   그렇지. 윤서아라면 절대 이렇게 빌고 사정하지 않겠지. 왜냐하면 박씨 가문 박지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으니까. 여태 몇 년 동안 혼수상태로 누워 있어도 박지환이 여전히 그녀를 보살펴 주고 있지 않는가? 자신이 어찌 윤서아와 비교될 수 있겠는가?   고작 윤서아와 똑같이 생긴 대용품일 뿐인 그녀는 무릎 꿇고 사정하는 것 외에 무엇을 더 할 수 있겠는가?   "전 그냥 아이를 낳고 싶은 것 뿐이에요..."   "말도 안되는 소리." 잘생긴 얼굴에서 이런 차가운 말을 내뱉을 줄이야. 그는 더 이상 민서희와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았고 바로 고개를 돌려 한경에게 말했다. "멍하니 서서 뭐하고 있는 거야? 어서 병원으로 데려가! 시간 낭비하지 말고!"   이 말을 들은 한경은 바로 무릎을 꿇고 있는 민서희를 끌고갔다.   "싫어요! 저 못가요!" 그녀는 있는 힘을 다해 발버둥치며 통곡했다. "지환 씨! 제발 부탁할게요. 이 아이가 그 정도로 밉고 싫어요? 그래도 당신 자식이잖아요!"   박지환은 식탁에 앉아 들은 체 만 체 하며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아무리 친 자식이라도 그의 눈에는 개보다도 못한 목숨에 불과했다.   민서희는 절망에 빠진 상태로 처절하게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배가 조금씩 아파왔다. 작은 목숨도 애써 자신의 존재를 나타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의 눈물은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띠리링——"   이때 3층의 비상벨이 온 집안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민서희는 깜짝 놀랐고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박지환은 서둘러 3층으로 달려갔다.   이 비상벨이 울렸다는 건 윤서아의 상황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그리고 박지환에게 윤서아의 상태는 늘 최우선이었다.   한경 역시 곧바로 박지환의 뒤를 따라 올라갔다. 박지환의 곁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윤서아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민서희가 지금 당장 가서 죽는다고 해도 윤서아가 우선이었다.   삽시에 홀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3층으로 가고 홀에는 아무도 없었다.   민서희는 문에 기댄 채 애써 몸을 가누며 뱃속에 있는 아이를 위로했다. "이제 괜찮아. 아기야..."   그녀의 온몸에는 땀으로 뒤덮였고 얼굴을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하지만 다행이라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젠 안전해. 우리 아기 엄마가 꼭 지켜줄게."   그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뱃속의 아이를 지켜낼 것이다. 박지환의 원망을 사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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