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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장 임신하게 하려고 한 게 아니에요

그의 강한 힘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있자 움직일 수가 없었다. 민서희는 고개를 돌렸다. “이거 놔 주세요.” “먼저 대답해.” 박지환은 눈빛이 이글거렸다. 요 며칠 사이가 친밀해도 진전이 없었으니 더더욱 애탔던 것이다. 아직도 서이준에 대한 마음이 남아 있는 건가? 민서희는 심호흡을 하고 본능적으로 도망치고 싶었다. 이 마음은 통제할래야 통제할 수가 없었다. “나도 모르겠어요.” “내가 맞춰 봐?” 박지환은 민서희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서아야? 서이준이야? 아니면 그 아이?” 아이를 언급하자 민서희는 눈빛이 흔들렸다. 그 점을 포착한 박지환은 이마를 찌푸렸다. 그는 차 안에 있던 아이를 말했던 것인데 민서희의 반응을 보아하니 아마도 세상을 떠난 그 아이를 떠올린 모양이다. 설마 중간에 내가 모르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건가? 왠지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에 박지환은 혼란스럽고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그는 턱을 그녀의 머리 사이로 기대고 있었으나 민서희에게 왜 아이를 원치 않았는지 감히 물어볼 용기가 없었다. 그들 사이의 응어리인 그 일을 입 밖으로 내면 걷잡을 수 없는 폭풍이 몰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먼저 가 볼게요.” 민서희는 숨을 한 번 돌이키고 박지환의 품에서 벗어나 벽을 잡고 욕실에서 나왔다. 몸이 다 젖어 옷을 갈아입고 내려오자, 거실에는 쓴 약 냄새가 풍겼다. 강 의사는 민서희를 보자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민서희 씨, 때마침 오셨네요. 그렇지 않아도 약 드시라고 말하러 갈 참이었어요.” 민서희는 간신히 쓴웃음을 짓더니 약을 받아 마셨다. 강 의사는 민서희의 안색을 살피며 흐뭇해했다. “이틀 동안 약을 제시간에 잘 챙겨 드셔서 그런지 안색이 훨씬 좋아졌어요. 한 달정도만 더 버티면 제가 없어도 되겠어요.” 민서희는 조소했다. “한 달 정도 뒤면 임신할 수 있는 거겠죠.” 혐오스러운 그녀의 표정에 강 의사는 멈칫했다. “글쎄요. 대표님이 민서희 씨를 몸조리만 잘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임신할 수 있을지는 민서희 씨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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