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장 함께 잤어?
민서희가 지내고 있는 집은 어둡고 습기가 가득할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가구 하나조차 없었다. 이불을 감싸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박지환은 문득 가슴이 아파 다가가려 했지만
민서희는 인기척을 느꼈는지 천천히 눈을 떴다.
아무것도 볼 수 없는 그녀지만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에 급히 입을 열었다. “이준 씨, 돌아왔어요?”
몸이 아픈 탓에 그녀의 목소리는 유독 나긋하게 들려왔고 박지환은 그녀가 말한 서이준이라는 이름이 귀에 거슬렸다.
“이준 씨? 엄청 친하게 들리네. 보통 관계가 아닌가 봐.” 그녀에 대한 안타까움은 순식간에 사라졌는지 박지환은 주먹을 꽉 쥐고 비웃었다.
이에 민서희는 하얘진 얼굴로 이불을 꽉 잡고 소리 질렀다. “박지환 씨! 왜 우리 집 열쇠가 있는 거죠!”
“서이준 씨도 있는데, 나한테 열쇠 있는 게 뭐가 문제지?” 박지환은 자신을 경계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뿔이 났고 민서희의 손목을 잡아채면서 말을 이었다. “들어오자마자 그 사람이라고 생각한 걸 보니 평소 자주 들어왔나 봐? 어제도 함께 잤어?”
민서희는 그의 말에 치욕을 느꼈는지 일그러진 표정으로 몸을 일으켜 박지환의 뺨을 때렸지만
박지환은 바로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민서희가 발버둥 치는 사이 몸을 감싸고 있던 이불은 이미 침대 옆에 떨어졌고 땀으로 젖은 잠옷은 그녀의 몸에 딱 붙어 지켜보고 있던 박지환은 그녀의 모습에 몸이 뜨거워졌다.
“민서희, 대단하네. 이런 기회도 놓치지 않는 거야?” 박지환은 그녀의 몸을 유심히 보면서 말을 이었다. “그래. 어차피 지금 같은 모습으로 밖에 나가봤자 다들 무서워할 테니 이번 기회로 어떻게든 나를 유혹해 보겠다는 거야?”
민서희는 그의 말에 얼굴이 하얘졌고 어떻게든 그한테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다. 그녀는 박지환이 갑자기 찾아올 줄 몰랐고, 미리 알았다고 해도 더워 죽을지언정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을 거다!
“이제 와서 아닌 척할 필요 있어? 그래도 같이 살았었는데, 네가 원한다면 내가 도와주지 않을 수 없지.” 박지환은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그는 민서희가 입고 있는 잠옷을 산산조각 찢어버렸고 민서희는 열 때문에 몸이 뜨거웠지만 박지환으로부터 전해지는 한기는 막을 수 없었다. “만지지 마요! 박지환 씨, 제발 만지지 마요!”
박지환은 빨개진 두 눈으로 그녀의 태도에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왜 서이준은 되고 나는 안 되는 거지? 그런 사람으로 만족할 수 있어? 민서희, 끝까지 마음속 얘기를 하지 않는구나!”
그는 말을 마치자 민서희에게 입을 맞췄고 민서희는 온 힘을 다해 머리맡의 스탠드를 잡아 박지환에게 내려쳤다.
순간, 남자의 비명과 함께 민서희는 급히 침대에서 내려와 방에서 뛰쳐나왔다.
“미쳤어?”
민서희는 사람을 죽일 것만 같은 박지환의 목소리가 너무 무서운지 헛발질로 계단에서 넘어졌다.
“민서희!”
박지환의 목소리와 온몸에 전해지는 고통, 그리고 발열로 인한 어지럼증은 마치 그녀를 2년 전 윤서아가 그녀를 계단 위에서 밀었던 상황으로 되돌린 것 같았다.
당시, 왜 휴대폰을 가지러 갔고 왜 윤서아의 계획을 엿들었까? 그런 일이 없었다면 아무 일도 없이 박지환을 피해 조심스럽게 살 수 있지 않았을까?
박지환은 그녀를 꽉 안고 조급함에 언성을 높였다. “너 진짜 미쳤어? 죽어도 좋을 만큼 내가 만지는 게 싫어? 서이준이 도대체 너한테 무슨 짓을 했는데 이러는 거야?!”
박지환은 말하면서 휴대폰을 들어 구급차를 불렀고 민서희가 몸을 움츠려 뭔가 중얼거리자 바로 고개를 숙였다.
민서희: “제발요. 그냥 놔줘요...”
“이번에 꼭 멀리 도망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