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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8장 내가 직접 손을 대지 않아도 된다

고개를 들자 높게 선 건물이 눈에 훤했고 비록 희미하긴 해도 휘황찬란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비서가 차에서 내려오며 당부했다. “민서희 씨, 혼자 차에 있어도 되겠어요? 회의가 끝났는지 확인하고 올게요.” “대표님이 회의를 진행할 때 방해받는 걸 싫어하셔서 휴대폰을 꺼놓거든요.” 민서희가 고개를 끄덕거리자 비서는 회사로 들어갔고 한참이 흘러 차 문이 열렸다. 코앞으로 다가온 박지환에게서 은은한 향기가 나고 있었고 그는 예쁘게 꾸민 민서희의 모습을 힐끗하고는 동작을 멈추었다. 자신도 모르게 수줍어진 민서희는 정신을 차리고 내색하지 않았다. “화장했어?” 민서희는 해명했다. “극장에 가는데 맨얼얼로 갈 수가 없어서 적당히 바른 거예요.” “적당히 바른 게 맞긴 하네.” 박지환은 평온하게 답했다. “대충대충 한 게 바로 보여. 눈썹도 안 그리고 딸랑 바른 립스틱도 거의 다 지워지고 없어.” 민서희는 입술을 오므렸다. 립스틱이 지워졌다고? 오는 길 입술을 깨문 적도 없었는데 말이다. 눈이 안 보이니 아마 립스틱을 바를 때 제대로 바르지 못했나 보다. 박지환의 태도를 보아하니 정성껏 꾸민 자신의 행동이 헛돼 보인 민서희는 화가 나기도 하고 힘이 풀리기도 했다. “지워졌으면 말죠. 어차피 정식 회장도 아닌데 설마 직원이 날 쫓아내겠어요?” 박지환은 무심코 그녀를 힐끗했다. 차 안에는 적막이 흘렀다. 그러다 박지환은 순간 차 문을 열었고 비서가 달려오며 화들짝 놀랐다. “대표님, 어디 가게요? 연극 시간이 곧 다가오는데요.” “바람 좀 쐬다 올게.” 비서는 얼떨떨해졌고 유독 민서희만 이마를 찌푸린 채 난처해졌다. 시간을 들여 화장을 하며 스스로 망신을 당할 짓을 하지 말 걸 그랬다. 박지환은 얼마 지나지 않아 차로 돌아왔고 감정을 조절한 민서희는 입술에 남은 립스틱을 깨끗이 지워버렸다. 박지환이 차에 오르며 입을 열었다. “내가 직접 손을 댈 필요가 없어서 마음에 드네.” 민서희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박지환은 명령 어조로 말을 건넸다. “고개 들어.” 민서희는 움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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