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3장 말하면 믿기나 해요?

안랑은 언제 박스에서 나왔는지 낑낑거리며 그녀에게 다가와 그녀의 손가락을 핥았다. 극심한 고통에 그녀는 말도 나가지 않아 그저 안랑을 품에 안은 채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몸을 떨었다. 너무 괴로웠다. 언제까지 참아야 할까? 그녀는 문뜩 안랑이 부러웠다. 안랑이 끙끙거리면 적어도 그녀는 안랑을 따뜻하게 품에 안아줄 수 있지만 그녀에게는 따뜻한 품을 내줄 사람이 없었다. 깨끗이 씻고 욕실을 나서는 순간, 침실 문이 열렸다. 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박지환은 그녀를 차가운 벽에 밀쳤고, 극심한 아픔에 그녀는 몸서리를 쳤다. “네 연기는 아직도 안 끝났어?” 박지환은 얼굴에 차갑고 날카로운 살얼음을 뒤집어쓴 듯했다. “오늘은 왜 또 미쳐서 날뛰는 건데? 내 경고는 다 잊은 거야? 그런 짓거리로 누굴 속이려고?” 짓거리? 더는 마음이 아프지도 않았다. 그녀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속이려 한 적 없어요.” 그녀는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찬찬히 보니 입술이 심하게 부어있었다. 박지환은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차갑게 웃어 보였다. “그래 민서희, 제대로 준비했나 보지? 욕실에 숨어서 이런 짓을 한 거야? 그새 목소리가 다 갈라졌네? 또 서아 모함하고 싶어?” 민서희는 심장이 떨려와 잠시 멈칫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미 습관이 돼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요.” 그녀는 대충 핑계를 댔다. “알레르기요.” “알레르기?” “네, 가지 알레르기 있어요.” 민서희는 눈을 내리깔고 거짓말했다. 어차피 박지환은 그녀에게 관심이 없으니 더더욱 모를 것이다. 역시 박지환은 그녀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고 그저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 “근데 왜 아까는 얘기 안 했어?” 민서희는 코웃음을 쳤다. “말하면 믿기나 해요?” 박지환은 불쾌한 듯 말했다. “네가 악독한 짓만 적게 했어도 내가 널 안 믿었겠어?” 이런 질문에 민서희는 해줄 말이 없었다. 그녀는 그저 한시라도 빨리 그의 속박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다. 박지환은 그녀의 턱을 억지로 받쳐 들고 그녀를 움직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