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69장 단둘이 얘기하고 싶어

“그러게... 피해자.” 장청아는 잠시 멍한 듯 눈빛을 흐리며 물었다. “서희야. 네가 나라면 어떻게 할 거야?” 넋을 잃은 그녀는 더 깊은 늪에 빠져든 것 같았다. 아마도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에 많이 당황했었던 건지 정신을 차리고 난 그녀는눈빛을 아래로 떨구고 입술을 오므렸다. 내가 장청아라면? 박지환이 날 가지고 놀고 나서 다른 사람으로 변한 듯 무례한 말들을 퍼붓고 인격을 짓밟는 것도 모자라 곧바로 다른 여자와 결혼하게 된다면 아마 정신이 무너지겠지? 민서희는 솔직히 답했다. “비록 너처럼 용감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만일 내가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너처럼 쿨하게 상황에 대처하고 싶어.” 장청아는 민서희의 진지한 모습을 보며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 얘기는 그만하자. 구치소에 있는 기간 동안 나도 많이 정신을 차렸어.” “내 인연이 아닌 거라면 나도 굳이 억지로 붙잡고 있지 않을 거야. 앞으로는 인주에서 새롭게 시작할 거야. 전에 나를 스카우트했던 회사가 거기에 있었는데 이참에 그 기회를 잡으려고.” 민서희는 마음이 움찔했다. “인주는 낯선 곳이고 거리도 멀리 떨어져 있는데...” “그건 괜찮아.” 장청아는 시원스레 답했다. “요즘은 경제도 발전했고 한성에서 비행기로 몇 시간이면 도착해. 내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전화해. 네 애기 만월주를 내가 엄청 기대하고 있거든.” 민서희는 입꼬리를 올렸다. “그때가 되려면 아직 멀었어. 근데 기회가 되면 꼭 너한테 연락할게.” “그래! 그럼 나는 이만 가볼게! 내가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전화해.” 장청아가 일어서자 민서희도 따라서 일어섰다. 그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던 박지환은 끝나가는 대화에 자리에서 일어나 민서희에게 옷을 걸쳐주었다. 장청아는 내심 부러웠다. “예전에는 찬성할 수가 없었는데 지금에 와서 보니 엄청 행복해 보이네. 적어도 박지환 씨가 너한테는 엄청 진심인 게 느껴져. 서희야. 너는 행복할 거야.” 민서희는 다소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장청아한테 대한 인상이 별로 없긴 하지만 마음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