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생명의 은인
...
민서희는 수속을 밟으러 교도관과 함께 나섰고 떠나기 전에 그녀가 말했다: "죄송하지만 전화 한 통만 해도 될까요?"
“네.”
그녀는 번호를 불렀지만 없는 번호였다, 경찰은 이상해하며 물었다. "없는 번호로 나와있는데, 누구한테 전화하려는 거죠?"
"민영매 씨라고." 민서희가 말했다. "제 양 어머니세요."
"양 어머니요?" 경찰은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느낌에 옆에 있는 사망 신고서를 흘끗 보았다, 역시나 민영매 세 글자가 씌어져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민서희는 초조하게 주먹을 꽉 쥐며 물었다. "어때요? 지금 잘 지내고 있나요? 혹시 새 번호로 바꾼 건가요, 주소는 찾을 수 있을까요?"
경찰들은 서로를 난감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뭐라 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때 민서희가 계속해서 물었다: "새 주소 좀 알려주세요, 한 번 찾아가 봐야겠어요."
그 후 그녀는 경찰들에게 동쪽 구역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가는 도중 내내 사람들은 그녀에 대한 의논을 멈추지 않았고 그녀는 못들은 척 하는 수밖에 없었다. 마음속으로 한 줄기의 희망을 품은 채 지팡이를 잡고 한 걸음씩 나아갔다.
엄마, 저 돌아왔어요.
박지환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지만, 그녀는 5개월이 아닌 8개월이나 지나 자유를 얻었지만 어머니만 무사하다면 어머니만 잘 지내고 있다면 다 괜찮았다.
차에서 내린 후 낯선 환경에 그녀는 무척 막막했다.
앞을 볼 수 없기에 그녀는 소리로 주변에 사람이 있는지 판단할 수밖에 없었고 사람이 다가오면 손을 내밀어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안녕하세요, 죄송하지만——"
"어머 깜짝이야, 얼굴이 왜 이렇게 끔찍해, 당장 꺼져!" 여자는 비명을 지르며 민서희를 밀쳐냈다.
민서희는 길바닥에 넘어졌고 흉터로 가득한 자신의 얼굴을 만지며 이를 악 물고 고개를 들어 사과했다: "놀라게 해서 죄송해요, 전 그냥 물어볼 게 있어서——"
민서희가 얼굴을 드러내자 여자는 경악을 금치 못했고 옆에 있던 남자는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발로 민서희를 걷어찼다. "어디서 미친 년이 나타나서 들러붙는 거야, 당장 꺼져, 또다시 들러붙으면 절대 가만 안둬."
남자는 주먹을 치켜들고 여자를 감싸며 유유히 떠났다.
사람들의 반응에 이미 적응한 민서희는 도움을 청하러 다시 사람들의 곁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다른 사람 역시 같은 태도였다.
"어머, 너무 끔찍하잖아! 이런 얼굴로 어떻게 감히 여기 나타난 거야?"
"이 미친 년이 정신병원에서 뛰쳐나왔나?"
"내가 저 여자였으면 차라리 죽어버렸을 걸!"
죽으라고? 앞이 보이지 않는 민서희는 고개를 숙이며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아니, 이대로 죽을 순 없어, 이대로 죽으면 엄마는 어떡해?
이 세상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지내고 있었다.
민서희는 정신을 다잡고 지나가던 행인을 다시 붙잡았다, 다만 이번에는 상대방이 잘 보이지 않게 고개를 푹 숙였다. "안녕하세요, 실례지만 물어볼 게 있는데요, 여기서 동쪽 구역의 화정원까지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죠?"
혹시라도 행인이 짜증낼까 봐 그녀는 덧붙여 말했다: "제가 시각 장애인이라 앞이 안 보여서요."
서이준은 상대방의 목소리를 들으며 표정이 굳어버렸다. "서희 씨?"
민서희는 내심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서 선생님?"
서이준은 빈민가에 몇 달 동안 머물렀던 의사였다, 전에 민서희가 몸이 좋지 않을 때 서이준이 직접 집에 방문하여 치료해준 적도 있었다. 그리고 약값의 비용에 대해 한 번도 청구한 적 없으며 그가 민서희를 살려준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녀에게는 생명의 은인같은 존재였다.
뜻밖에 4년 만에 두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민서희는 자기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졌고 서이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눈은 어쩌다 실명하게 된 거죠? 4년 동안 어디에서 지냈고 무슨 일을 겪은 거예요?"
"그게......"
민서희는 목이 턱 막혔다, 감옥에서 일어난 모든 일든은 그녀에게 악몽같은 기억이었고 얼굴에 흉터까지 떠올리니 두려움에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푹 숙였다. "이미 다 지나간 일이에요, 엄마 보러 다시 돌아왔어요."
"어머니요?" 서이준은 고개를 숙였다, 손에는 민영매의 납골함과 흑백 영정사진을 들고 있었다, 돌아가 집에 놓을 계획이였다.
그는 안타까운 마음에 자기도 모르게 거짓말을 했다: "아쉽게도 타이밍이 안 맞았네요. 서희 씨 어머니 지금 치료받으로 해외로 떠나셨거든요."
"치료받으러 해외로 떠났다구요?"
"네, 지금 상태로 계속 방치해 두는 것도 방법이 아닌 것 같고 마침 해외에 정신과 전문의가 관련된 분야 연구 중이라 치료받으로 갔어요, 오래 되진 않았고 엊그제 떠났어요."
"정말요?" 민서희는 약간 실망하기도 했지만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하며 진심으로 엄마를 위해 기뻐했다.
"너무 잘됐네요. 그럼 나중에 돌아오면 저랑 정상적으로 대화 가능한 건가요?" 그녀의 얼굴에는 보기 드문 미소가 피어올랐다. "참, 서 선생님이 여긴 어쩐 일이세요?"
서이준은 잠깐 얼어붙었다, 그가 여기 있는 이유는 민영매가 사망했을 때 휴대폰에 민서희의 번호와 자신의 번호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민서희에게 연락이 안되니 경찰들은 자연스레 자신의 번호로 연락을 했다.
"어머니께서 떠나시기 전에 제게 연락했었거든요, 시간 날 때 지금 살고있는 집 정리 좀 부탁한다면서요."
"그랬군요, 정말 감사해요, 수고 많으셨어요." 민서희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뭔가를 말하고 싶었지만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지금 자신의 얼굴이 흉터로 가득한데 서이준도 보면 분명 무섭고 싫어하겠지.
혹시... 서이준도 역겹다고 생각할까?
그녀의 걱정과는 다르게 서이준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아무것도 못본 것처럼 말했다: "마침 이렇게 만났는데 제가 데려가 줄게요."
두 사람이 떠나자마자 마이바흐 한 대가 길가에 멈췄다.
차 안에 있던 박지환은 눈살을 찌푸리며 심경이 복잡했다.
한경은 머뭇거리다 물었다: "대표님, 민영매 씨 이미 사망하셨는데 별장 수거할까요?"
"아니, 그냥 원래대로 둬." 박지환은 귀찮은 듯 한 숨을 내쉬며 말했다. "참, 소문 안 나게 잘 처리하고, 절대 민서희가 알게 해선 안돼!"
민서희는 어머니를 자신의 목숨보다 더 귀하게 여기니, 만약에 민영매가 죽었다는 걸 알게되면 제 정신이 아닐 게 분명했다, 이미 감옥에서 충분히 힘들 텐데 더욱 고통스럽게 하고싶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박지환은 잠깐 멈칫하다 계속해서 물었다: "얼마나 더 걸려야 감옥에서 나올 수 있는 거지? 이제는 더 이상 그녀를 주목하는 사람은 없을 텐데."
한경은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사실 오늘 이미 출소했습니다. 하지만 한성 사람들이 그녀에 대해 여전히 거부감이 심하기 때문에 한성에서 정상적으로 생활하기 어려울 것 같아 이미 사람을 보내 다른 도시에서 지낼 수 있도록 조치했습니다."
이 말은 들은 박지환은 불만스러운 표정을 잠시 지었지만 다시 진정을 되찾았다. "그래, 차라리 잘됐어. 민영매 소식이 잠잠해지면 그때 다시 데려와, 아이도 이제 곧 태어날 것 같은데."
그녀의 성격상 아이까지 태어난다면 자신에게 들러붙을 게 뻔했다. 아무리 민서희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도 민영매가 죽은 걸 봐서라도 그녀를 조금이라도 배려해주고 싶었다.
그는 창문을 내리며 말했다. "운전해."
...
1년 후.
개인 진료소 복도에 소란으로 가득했다, 서이준은 환자의 맥박을 짚은 뒤 뒷방을 향해 소리쳤다: "서희야, 만형자랑 상엽 두가지 약재 150그램씩 부탁해."
"알겠어요."
방안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전해졌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심플한 롱스커트를 입은 여자가 커튼을 열고 나왔다, 머리카락은 한 쪽으로 묶여져 있었고 얼굴에는 흉터가 있었고 아름다운 두 눈은 아무 생기가 없었지만 풍기는 아우라는 사람들에게 두려워 할래야 두려워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녀는 약재를 손에 들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 비록 앞이 보이지 않았지만 익숙하게 테이블로 다가가 약재를 건네주었다. "여기요."
"수고했어." 서이준은 미소를 지으며 약재를 건네받고 환자에게 복용 방법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민서희는 약을 건네주고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매우 시끄러웠고 아이들 몇 명이 신나게 놀고 있었다. 그녀는 벽을 붙잡고 다가가며 웃으며 말했다: "얘들아, 소리 좀 낮추라고 했지?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다음부터 마당에서 못놀게 할 거야."
마당에는 민서희가 직접 만든 장난감들이 있었기에 아이들은 바로 소리를 낮추고 그녀의 곁을 둘러쌌다: "서희 언니, 잘못했어요. 다시는 시끄럽게 안 할게요."
주변 환자들은 웃으며 말했다. "역시 서희 씨가 재간있어요. 요 작은 녀석들 말 잘 듣게 하는 거 보면 참 대단해요."
민서희는 어른들의 칭찬에 미소로 답했고 이때 따스한 바람이 불어왔다. 이곳은 빈민가였고 민서희가 예전에 살던 곳이였다.
1년 전, 서이준은 민서희의 상태를 보고 그녀를 데리고 그녀가 가장 익숙한 곳에 데려가 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이곳에 작은 진료소를 열었다.
지난 1년 동안, 진료소에서 많은 환자들을 치료했고 민서희도 바쁜 일상 속에서 상처들을 조금씩 잊으면서 지냈다.
"그래 잘못한 거 알았으면 됐어, 같이 마당으로 갈까?"
"좋아요!"
진료소 입구.
어떤 고급차가 진료소 밖 길가에 세워졌고 차문이 열리고 복고 드레스를 입은 윤서아가 명품백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 윤서아는 주위를 살피며 예쁜 얼굴로 혐오스러운 표정을 드러냈다.
"여기 너무 더러워요, 공기도 너무 나쁘구요. 숨만 쉬어도 알레르기 날 것 같은데요. 지환 씨, 어떻게 이런 곳에서 유명한 의사를 찾을 생각을 한 거예요?"
윤서아가 말을 마치자마자 차안에 있던 남자가 긴 다리를 뻗으며 차에서 내렸다. 멋진 양복 속 탄탄한 자태를 드러냈고 이목구비는 말할 것도 없이 완벽했다. 자연스럽게 풍기는 멋진 아우라는 눈만 마주쳐도 사람의 마음을 쥐고흔드는 매력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