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48장 폭풍 전야

이건 민서희가 일부러 그녀에게 보여주는 의도이다... 그러나 호진은은 뭔가가 떠오른 듯 얼굴빛에 한기가 스쳐 지나갔다. 민서희, 네가 득의양양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어... 어차피... 이런 생활도 곧 끝이야! “민서희 씨.” 서류를 닫고 몸을 일으킨 호진은이 입을 열었다. “드디어 깨어났네요. 계속 내려오지 않으면 올라가서 문을 두드릴 뻔했잖아요.” 민서희는 마치 어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한 표정으로 친절하게 말하고 있는 그녀의 인내력에 다소 놀라웠다. 윤서아라면 그러한 대접을 견디지 못했을 텐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호진은은 오히려 꾹꾹 참고 있으니 말이다. “죄송해요. 어제 제대로 휴식을 못해서 좀 잠이 깊어졌나 봐요.” “임신해서 잠이 많은 건 당연한 거예요. 제가 휴식표를 짜왔으니까 오늘부터 그대로 진행할 거죠?” 호진은은 휴식표를 전체적으로 읊어주었다. 그 내용은 수면 시간이 조금 빨라지고 아침 7시에 일어나 조깅을 해야하는 것 외에 다른 건 큰 변동이 없었다. 그 후 며칠 호진은도 민서희와 함께 식사하고 운동을 했고 박지환은 호진은과 만나는 걸 피하기 위해 서재에서 식사를 하며 업무를 봤었다. 그러니 두 사람이 마주칠 일은 거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더 의외인 건 이로 인해 호진은이 불쾌해하거나 박지환과 단둘이 있을 기회를 노리지도 않고 매일 제시간에 왔다 가곤 했던 것이다. “무슨 생각하는데 불러도 반응이 없는 거야?” 박지환은 뒤로 민서희를 포옹했다. 막 샤워하고 나와 아직은 자잘한 물방울이 맺혀 있는 가슴이 민서희의 등에 붙어지자 옷감에서 열기가 나기 시작했다. 어색해진 민서희는 뻣뻣해진 몸으로 답했다. “요 며칠 호진은 씨하고 만난 적 있어요?” 박지환은 그녀의 손을 잡고 턱을 어깨와 목에 기대며 숨을 고르게 내쉬었다. “아니.” 그의 대답은 단호했다. “피하느라고 서재에서 밥 먹고 저녁에야 내려갔었지. 그때는 벌써 가고 없던데 왜?” 민서희는 고개를 들고 답했다. “이상해서요. 나를 진심으로 병 치료 해주고 있는 느낌이 들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