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화
병실에서 나온 안시연은 한 무리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병실 앞에 각기 다른 표정을 지은 채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병원의 관리자는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지만 아마도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 중일 것이다.
키가 큰 박성준은 멀지 않은 복도에서 단정하게 서서 은유빈과 이야기하고 있었다.
겨울철의 방풍 커튼이 두 사람의 대화 소리를 차단했다.
안시연이 커튼을 걷어내고 두 사람에게 다가가자 박성준이 물었다.
“무슨 일 있어?”
“은 조교님께 감사 인사를 하러 왔어요.”
안시연의 호칭에 은유빈은 왠지 익숙함을 느꼈지만 어느 수업의 학생인지 떠올리지 못했다.
은유빈이 의아한 눈빛으로 박성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성준 형, 이분은...?”
“내 아내, 안시연이야. 방금 네가 구한 사람이 시연이 어머니야.”
박성준은 평소와 같은 어조로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녀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했다.
누군가에게 존중과 인정을 받은 느낌에 안시연은 마음이 든든했다.
깜짝 놀란 은유빈은 정중하게 말했다.
“형수님, 처음 뵙겠습니다.”
누군가에게 형수님이라고 불리니 안시연은 조금 어색했다.
은유빈은 그녀의 조교일 뿐만 아니라 안시연보다 나이도 많았다.
“저는 기성시 의과대학 임상의학과 학생이에요. 은 조교님의 침술 실험 수업을 들었어요.”
“아...”
은유빈은 그제야 생각이 났다. 병리 분석을 잘하고 혈 자리 위치를 정확히 찾으며 침도 빨리 놓는 짧은 머리에, 맑고 단호한 눈빛을 가진 여학생...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은유빈은 이름과 목소리, 얼굴이 모두 맞아야 그 사람을 기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목소리로 보아하니 그때 그 뛰어난 여학생이 바로 눈앞의 사람이었다.
“침술 기본기가 탄탄한 게 기억이 나요.”
안시연은 선생님의 칭찬을 들었지만 우쭐대지 않았다.
“이렇게 늦은 시간인데도 우리 엄마를 위해 여기까지 와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그리고 은 원장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별일 아니니 그렇게까지 감사할 필요 없어요. 게다가 우리 두 집안이 워낙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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