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벨리 가든으로 돌아온 안시연은 특별히 에돌아 송도원으로 향했다.
붓글씨를 쓰고 있던 박현석은 그녀가 오는 것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서예를 감상해 보라고 권했다.
“어때? 할아버지의 붓놀림이 힘차고 멋지지 않아?”
안시연은 책상을 빙 돌아 다가갔다.
“할아버지, 저는 붓글씨는 잘 모르지만 무척 예뻐 보여요. 마치 책상 위에 있는 화분처럼 홀로 곧게 서서 햇살을 받으며 조용히 성장하죠. 돌도 뚫고 뿌리를 내리는 단단한 생명력이 느껴져요.”
박현석은 자신의 서예를 칭찬하는 화려한 말을 익숙하게 들어왔지만 안시연 같은 평가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이는 그가 좋아하는 비유였다. 그게 아니면 굳이 화분을 왜 여기에 두었겠나.
“외로움과 고독, 열악한 환경도 이겨내는 집념이지.”
안시연은 무슨 일이 있어도 목표를 향해 한결같은 마음으로 꾸준히 나아가야 한다는 박현석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할아버지, 제가 아이 잘 키울게요.”
“얘도 참, 글만 봐.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그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녀는 습관적으로 다른 사람의 말을 한층 더 깊이 생각하는 버릇이 있었다.
“오늘 마음에 드는 옷 샀어?”
“두벌 샀어요. 대표님 카드로.”
“대표님이라니, 결혼도 했는데 성준 씨라고 불러야지.”
말을 마친 박현석은 소녀가 웃기만 하고 말이 없자 한탄하듯 덧붙였다.
“젊은 게 좋긴 좋아. 호칭 하나로 이렇게 망설이고. 나는 언제 그랬던 적이 있나 싶네.”
안시연은 박현석의 말이 쓸쓸하게 들렸다. 이 넓은 벨리 가든에 그의 말동무가 되어줄 사람 하나 없었다.
“할아버님, 점심 같이 먹어도 돼요?”
“그럼 너무 좋지.”
박현석이 유쾌한 어투로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백진, 아주머니한테 시연이 점심 이쪽으로 보내라고 해.”
누군가 그의 곁에 있어 주니 백진도 기분이 좋았다.
“네, 바로 연락할게요.”
안시연은 박현석과 함께 이야기 나눌 주제를 찾았다.
“고모님과 함께 쇼핑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집에 여자 어른이 없는데 나도 네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잖아. 나랑 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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