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장
“아빠 딱 한 번만. 앞으론 교내 식당에서 먹을게.”
설은빈의 아버지는 늘 딸을 아끼면서 키웠고 그녀의 요구를 단 한 번도 거절한 적 없었다. 비록 집에 돈이 없긴 하지만, 그는 자기 딸이 난처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 카드에 20만 원이 아직 있었다.
“카드에 아직 20만 원 있어. 이따가 보내줄게.”
20만 원이란 말에 설은빈이 다급하게 말했다.
“아빠, 20만 원으로 부족해요.”
설은빈의 아버지는 순간 화가 났다. 20만 원은 지금 그가 줄 수 있는 제일 큰돈이었다. 솔직히 이 돈으로 밥 한 끼 먹는 건 충분했다.
“너 어디서 먹었길래 20만 원이 부족하다는 거야?”
“친구들이랑 kid에서 먹었어요. 빨리 보내주세요. 60만 원 썼단 말이에요. 이따가 노래방에 갈 거니까, 빨리 보내주셔야 해요.”
이 말을 들은 설은빈의 아버지는 순간 혈압이 올라갔다. 자기는 굶고 있는데, 딸은 밖에서 돈을 뿌리고 있었다. 너무 화가 나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고 이마에는 힘줄까지 튀어나왔다.
설은빈의 아버지는 핸드폰에 대고 호통을 쳤다.
“설은빈, 나 돈 없으니까, 혼자 알아서 해! 앞으로 다시 연락하지 마!”
말을 마친 그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러자 설은빈은 당황하고 말았다.
아버지가 돈을 주지 않는다면 그녀는 계산할 돈이 없었다.
설은빈은 자기 가방을 뒤졌다. 안에는 몇만 원 현금이 들어있었는데, 그걸론 부족했다.
결국 설은빈은 머뭇거리면서 화장실에서 나왔다. 그리고 입술을 깨물며 친구들에게 말했다.
“나 돈이 부족해서 그러는데, 이번엔 나눠서 내자.”
이 말을 들은 친구들이 난리를 쳤다.
한미연이 제일 먼저 입을 열었다.
“은빈아, 네가 우리 밥 사준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네가 사준다면서. 근데 왜 갑자기 나눠서 내자는 거야?”
설은빈도 어쩔 수가 없었다. 돈이 없는 지금으로선 이게 유일한 해결 방법이었다.
“나중에 내가 다시 사줄게. 오늘은 따로 내자.”
친구들은 서로를 한 번 쳐다보았다.
“미안한데, 나 돈 없어.”
“나도. 주머니에 몇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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