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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장

남시운은 품에 안긴 창백한 여자를 바라보았는데 그녀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고통스러운 듯 자그마한 신음을 내는 그녀는 정신이 혼미한 듯 보였지만 손은 남시운의 손을 꽉 잡고 있었다. 사실 소정안은 아까 문 여는 소리를 듣고 일부러 심영을 더 자극했는데 결과적으로 그녀는 옳은 선택을 한 셈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얼굴이 따끔거려 숨을 한 번 들이마셨다. 남시운은 그녀를 뒷좌석에 태운 후 이례적으로 부드럽게 말했다. “병원부터 갈래?” “아니요.” 소정안은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고 남시운은 잠시 미간을 찌푸리더니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남씨 가문으로 데리고 갔다. ... 방으로 돌아와 휴대폰을 꺼낸 소정안은 그제야 하천우에게서 보내온 수십 통의 문자를 확인했다. “대장, 어때? 구조됐어?” 소정안은 이내 답장을 보냈다. “구조는 됐는데 대가가 만만치 않아.” 하천우는 눈물 이모티콘을 보내며 말했다. “고생 많았어, 대장. 내가 도와줄 거 있어?”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넌 신경 쓰지 마.” “그래, 대장. 필요하면 언제든 불러.” 하천우는 잔뜩 신이 나서 답장을 보내왔다. 소정안은 겨우 이 껌딱지를 달랜 후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는데 소정안의 말에 상대는 마치 자기가 당사자인 것처럼 크게 화를 내며 말했다. “심영? 그래, 내가 수습할게.” “너무 고마워.” 소정안은 고마움을 애교로 표현했다. “맞아, 정안아. 나 며칠 뒤면 친구 만나러 이안시로 갈 건데 마침 너 보러도 갈게.” 전화기 저편의 사람은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내가 제대로 같이 놀아줄게.” 이때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드리자 소정안은 전화를 끊고 의아한 표정으로 문을 열었는데 문을 열자마자 싸늘한 얼굴이 시선에 들어왔다. “선생님, 이쪽이 환자니 잘 봐주세요.” “소정안 씨 맞죠? 들어가도 될까요?” “네, 들어오세요.” 양손 가득 약상자를 들고 있는 의사 때문에 소정안은 하는 수 없이 두 사람을 집으로 들였다. 가정의는 소정안에게 간단한 처치를 해준 뒤 큰 문제는 없다며 약을 처방해 주었다. “큰 문제는 없으니 약 드시면 될 겁니다. 나중에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다시 정밀 검사해 보시죠.” 그러자 소정안은 의사를 재촉하듯 서둘러 그를 보냈다. “네, 고마워요. 그럼 잘 들어가세요.” 의사가 떠난 후, 남시운과 소정안은 잠시 서로 마주 보았고 결국 남시운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까는 누구랑 통화하고 있었어?” 그러자 소정안은 얼버무리며 대답했다. “그랬나요? 아, 스팸 전화 받았었네.” 더 물어도 솔직한 답이 안 나올 거라고 판단한 남시운은 이내 말머리를 돌렸다. “그러면 번호 찍어. 나중에 일이라도 생기면 바로 연락할 수 있게.” “그래요, 알겠어요.” 소정안은 남시운을 방에서 내보내기 위해 기꺼이 대답하더니 그의 휴대폰을 받아 들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빠르게 번호를 입력한 뒤 휴대폰을 돌려주었다. “잘 자요, 남시운 씨.” 그녀의 미소에 남시운은 이내 떠날 준비를 했다. “약 잘 챙겨 먹어.” 밖으로 나온 남시운은 곧장 서재로 향했는데 마침 비서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사장님, 이상하게도 심씨 가문에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혹시 두려워서 도망간 걸까요?” 불과 몇 시간 만에 심씨 가문 사람들이 사라졌다. 과연 누가 벌써 알고 손을 쓴 걸까? 문뜩 그는 아까 소정안이 통화할 때의 기쁜 목소리가 떠올랐다. 그것은 분명 스팸 전화가 아니었고 그녀는 뭔가를 숨기고 있는 중이다. 전화기 너머에서 비서가 계속 말했다. “그럼 심씨 가문에 대한 조사는 중단할까요?” 남시운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심씨 가문은 됐고, 소정안을 캐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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