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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

같은 시각, 하천우의 휴대폰이 ‘띵’하고 울렸다. 순간 그는 이상을 감지했다. 이 소리는 오직 소정안에게 일이 생겼을 때만 울리는 소리였다. 그는 서둘러 휴대폰 앱을 열어보았는데 소정안이 납치되었다고 표시하고 있었다. “불쌍한 우리 대장!” 하천우는 지도에 찍힌 위치를 확인하더니 없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대장이 학교에서 원한을 산 모양이야. 남시운한테 맡기는 수밖에 없어.” 그는 바로 위치를 남시운에게 보내려 했지만 지나간 원한과 혹시라도 소정안의 신분이 드러날 리스크를 생각하니 문뜩 두려운 마음이 들어 익명 계정을 사용해 남주현에게 문자를 보냈다. “대장, 무사해야 해.” 모든 인맥을 동원해 소정안을 찾고 있던 남주현은 하천우가 보낸 익명의 연락을 받고 잠시 멈칫하다가 말했다. “형, 누군가 소정안 위치를 보냈어. 가봐야 할까?” 문자를 확인한 남시운은 몇 가지 의심이 들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번 가보기로 했다. “가자, 진짜일 수도 있잖아.” 설령 가짜라도 상관없다. 반드시 가야 한다. 남시운은 차에 올라 지도에 찍힌 위치로 출발했고 남주현도 급히 그 뒤를 따랐다. 지도를 따라가니 학교의 외진 구석이었는데 이 건물은 기숙사로 오랫동안 방치된 사실상 폐건물이었다. 여기에 숨겼다면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남시운은 기숙사 건물에 들어가 일일이 문을 열어젖히고 소정안을 간절히 찾기 시작했다. 남주현은 숨을 헐떡이며 남시운의 뒤를 따랐는데 지금의 그는 미안한 감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비록 그들은 평소 말다툼을 밥 먹듯이 했지만 상대에게 정말 큰 사고라도 생기면 그는 자신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 소정안은 입안의 비릿한 피 맛을 느꼈고 말을 할 때마다 목구멍이 쓰라렸다. “심연, 너 진짜 대단하다. 또 납치극이야? 난 네가 왜 날 이토록 원망하는지 도저히 모르겠어.” 소정안은 시간을 끌려고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심연은 그녀를 비웃으며 말했다. “소정안, 내 일등 자리도 빼앗고 남주현과 가까이 지내면서도 뻔뻔하게 모르겠다는 말이 나와?” “그건 너나 소중하게 여겼지, 나한테는 필요 없는 순위야!” 정곡이 찔린 심연은 갑자기 버럭 화를 내더니 소정안을 향해 따귀를 날렸다. 그런데 이때 ‘쾅’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깜짝 놀란 심연은 바로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동시에 옆에 있던 남자는 다급히 그들을 막으며 소리를 질렀다. “당신들 뭐야?” 남주현은 재빨리 앞으로 달려가 남자를 쓰러뜨렸고 남시운은 아무 말 없이 심연을 밀친 채 곧장 소정안에게로 걸어갔다. 소정안은 눈이 가려져 있었고 입안에도 헝겊 천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구석에 웅크리고 앉은 그녀는 마치 상처 입은 사슴처럼 남자의 보호 본능을 자극했다. 남주현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똑똑히 봐!” “주현아, 난...” 남주현은 그녀의 설명이 전혀 듣고 싶지 않았다. “듣고 싶지 않으니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마.” 남시운은 품에 안긴 소정안을 보며 더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 “주현이와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남씨 가문 사람을 건드린 건 절대 쉽게 넘어갈 수 없어.” 남주현은 남자를 향해 몇 번 주먹을 휘두르며 화풀이를 한 뒤 남시운을 따라 떠났다. 눈앞의 상황에 심연은 제대로 겁을 먹었다. 그녀는 다급히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어떡하지? 남시운이 소정안 데려갔어.” “데려갔다고?” 전화기 저편의 여자는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이내 차분하게 다시 입을 열었다. “내 말 잘 들어. 우린 이미 한배에 탔으니 난 반드시 널 도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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