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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4장

허태윤이 투박한 손을 쭉 뻗어 다소 거칠게 고연화의 아래턱을 붙잡았다. “내가 너한텐 뭔데?” “......” 한참동안 말이 없는 고연화를 보자 남자가 한층 더 날카로운 목소리로 윽박질렀다. “대답해! 내가 너한텐 뭐냐고!” 고연화가 그제야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 “......남자친구죠.” 허태윤이 아래턱을 꽉 깨물더니 비웃기라도 하듯 한 쪽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렸다. “애까지 생긴 마당에 네 눈엔 아직도 내가 남자친구일 뿐이야?” 딱히 그렇다하게 정의 내릴만한 단어를 찾지 못한 고연화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자 허태윤이 고연화의 턱을 잡아당겨 일부러 귀를 깨물며 말했다. “침대에선 그렇게 안 불렀을텐데!” 아프진 않았지만 되려 얼굴이 빨개진 고연화가 허태윤을 밀어냈다. “아저씨! 왜 이래요!” 허태윤이 자신의 가슴팍을 밀어내는 고연화의 작은 손을 덥석 잡아 힘을 못 쓰게 하고는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겨우 이런 해프닝 때문에 내가 너 탓하면서 배상하라고 할것 같아? 고연화, 넌 아직도 날 바깥 사람 정도로나 여기겠지만 난 아니야!” 흠칫 놀란 고연화가 말끝을 흐리며 대답했다. “그냥 다른 사람한테 민폐 끼치는게 싫어서......” “하! 다른 사람!” 허태윤이 코웃음을 쳤다. “네 눈에 난 끽해봤자 바깥 사람 아니면 다른 사람이지!” 영문을 몰랐던 고연화는 방금 전 방에서 내려온 뒤로부터 이상하게 행동하는 허태윤이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아저씨, 대체 아까부터 왜 시비예요?” 그 말에 허태윤의 눈썹이 들썩였다. “내가 너한테 시비? 네가 날 진심으로 대하지 않은건 아니고?” 고연화의 미간에 주름이 확 잡혔다. “......내가 언제 진심으로 안 대했는데요?” 허태윤은 들끓는 속을 가라앉히려는듯 창문을 내려 길게 숨을 내뱉었다. 애송이가 임신만 안 했어도 담배로 진정하는건데. 한참을 침묵하던 허태윤이 그제야 콧방귀를 뀌며 입을 열었다. “네가 유영이한테 그랬잖아. 남녀사이에선 맺고 끊을줄 알아야 한다며?” 깜짝 놀라고 마는 고연화다. 그걸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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