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0장

여자의 입에서 나온 ‘손을 본다’라는 말이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는지 다들 알고 있는 눈치다. 허윤진만 빼고는 말이다. 허윤진이 결국 호기심을 참지 못한채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뭘 손 보다는 거예요?” 터무니없는 질문에 다른 이들은 물론 말을 내뱉었던 중년 여자마저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허윤진을 흘겨봤다. 그러자 할머니가 허윤진의 손등을 탁 쳤다. “어른들 얘기에 애는 끼어드는거 아니야!” 허윤진이 얼얼해진 손을 도로 가져오면서도 뭐가 잘못된건지 몰라 입을 삐죽 내밀었다. “할머니 나 애 아니거든! 고연화 씨보다 한 살 많아!” 할머니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 없으니까 방으로 돌아가!” “아, 알겠어! 입 다물고 가만히 있을게!” 방으로 돌아가라니, 이 일의 결과를 눈으로 지켜볼 때까진 절대 돌아갈수 없었다. 줄곧 고연화를 새언니로 맞아준 적 없던 허윤진이지만 결코 고연화가 여자의 말처럼 평판이 나쁜 여자애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앞서 서로 배척하며 어떻게든 고연화를 쫓아내려고 뒤는 싹 다 캐고 다녔어도 출신이 비천하다는것 빼곤 흑역사 하나 없었으니 말이다. 한참동안 말이 없는 허태윤을 보더니 여자가 그 틈에 또 끼어들었다. “선생님같은 명문가 도련님은 절대 이런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애를 사모님으로 들이셨으면 안 됐어요! 그래도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이혼하셔도 형편, 조건 다 뛰어난 명문가 따님분 쉽게 만나실수 있을겁니다.” 허태윤이 아까부터 줄곧 똑같은 무표정을 유지한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 “보아하니 여사님은 손을 보는 쪽에 대한 의료 지식이 빠삭하신가 봅니다?” “아 그게......” 제 아무리 중년 여자라 해도 그 말에 머쓱해났는지 약간은 부자연스러운 얼굴을 하고 말했다. “그, 그런 광고를 본적 있어요! 많은 불량 소녀들이 결혼 적령기가 되면 그런걸 한다고요! 도련님은 속으시면 안 됩니다!” 허태윤이 피식 콧방귀를 뀌더니 기복 하나 없는 딱딱한 말투로 말했다. “제 와이프가 손을 봤는지 안 봤는지, 인위적인 변화를 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