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4장
초반엔 쑥스러워하던 서명진은 역시 명색이 서울대 킹카에 경험 많은 학생회장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긴장을 풀고는 고연화에게 최근 학교에서 생긴 여러 일들을 조곤조곤 얘기해주기 시작했다. 물론 속된 가십거리들이 아닌 긍정적이고 웃긴 일들 위주로 말이다.
사실 다른 학과 학생들에 대해 전혀 인상이 남는게 없어 서명진이 언급하는 사람들이 누군인진 몰랐지만 재밌게도 얘기하는 서명진 때문에 흥미가 생긴 고연화는 이따금씩 ‘그래서?’라고 물으며 귀를 기울였다.
어디선가 나타난 남자가 한기를 내뿜으며 곁에 턱 앉아 서명진의 말을 끊어내기 전까진 말이다......
서명진은 갑작스레 자리 잡은 남자를 보고 놀라더니 왠지 모를 공격적인 모습에 등골이 오싹해났다.
왜 저러지 싶은 와중에 문득 그날 고연화의 졸업식에서 봤던 남자라는게 떠올랐다.
인물이 출중해서 인것도 맞지만 보통 사람들 한테서는 보기 힘든 아우라와 분위기 때문에 한번 마주치면 잊기가 힘들었다.
그때 연화 선배가 아저씨라고 불렀으니 당연히 집안 어른 중 한 사람이겠지.
호감 있던 선배의 집안 어른 앞에서 더욱 잘 보이고 싶었던 서명진이 깍듯하게 인사를 건네며 말했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아저씨라는 세 글자에 허태윤의 얼굴이 한없이 일그러졌다.
가뜩이나 아홉살이라는 나이차 때문에 평소 대화에서도 세대차이를 느끼던 참이었는데 후배라는 자식 입에서 나온 아저씨라는 말에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진 느낌이다.
대답을 받아내지 못한 서명진은 아직 이 정도론 부족하다고 여겼는지 또 한 마디 거들었다.
“아저씨, 저희 학교에 통크게 기부해주신 덕에 건물이 벌써 다 세워졌어요! 이 자리를 빌어 전교생을 대표해 감사 인사 전합니다! 나라의 교육사업에 큰 기여를 해주셨거든요!”
허태윤은 고연화가 마시던 컵을 들어올려 자연스레 물 한 모금을 홀짝 들이키면서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서명진은 그 모습이 못마땅한듯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리 집안 연장자라도 물컵까지 공유하는건 좀?
허윤진은 일그러진 오빠의 얼굴을 보고는 더 큰 일이 생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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