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4장

“......” 저 논리적인 두뇌회전을 누가 막을까! 저렇게 말하니 계약서에 서명을 하지 않으면 정말 뭔가가 찔리는 사람으로 보일것 같았다. 어쩔수 없지 뭐. 굴곡이 심한 어린 시절을 보내왔으니 결혼에 안정감이 없어 이렇게라도 안정감을 추구하는게 이해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애송이가 편해질수만 있다면야 못 할것도 없지! 어차피 다시 헤어지는건 이번 생엔 있을수 없는 일이니까. ...... 한편, 오래도록 사경을 헤매던 강찬양이 스르륵 눈을 떴다...... 그제야 찌푸리고 있던 강명훈이 미간에서 힘을 풀며 말했다. “찬아, 좀 어때?” 그 말을 듣자 저기 소파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던 강준영이 정신을 차리고 침대 쪽으로 걸어왔다. 강찬양은 눈을 뜨긴 했지만 여전히 창백한 낯빛과 몽롱한 정신으로 영문을 모르겠는지 물었다. “아빠, 형, 나 어떻게 된거야?” “음식을 잘못 먹은 바람에. 며칠이면 다 낫는대.” “아 그렇구나......” 단순한 강찬양은 별다른 의심도 없어보였지만 강준영은 일부러 진실을 말하지 않는 강명훈을 쳐다보곤 다시 시선을 돌렸다. 하선빈을 옹호하려는게 아니라 그저 찬이가 사실을 알고 속상해하는게 싫어서라는걸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친엄마가 자신에게 건네준 석류즙 속에 일부러 고연화를 해하기 위한 유독물질을 넣었다는걸 알면 착하고 단순하기만 한 놈이 크나큰 타격을 입을게 뻔했다. 핏줄섞인 가족에게 배신을 당했다는걸 받아들일만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 특히나 아직 성숙하지도 않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아이라면 더더욱 힘들겠지. 그러니 진실은 나중에 알려주는게 훨씬 나을지도 모른다. 강찬양은 그 와중에도 잘못을 저지른 죄인마냥 형에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형, 그......숙제는 다 못했어. 이따가 문제집 갖고 오라고 해서 마저 다 풀게......” 그러자 강준영이 미간을 찌푸리고 보기 드물게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됐어. 지금은 숙제는 생각하지 말고 치료에만 전념해. 그건 나중에 다 풀어도 되니까.” 그제야 강찬양이 한숨을 푹 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