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3장
남자는 고연화가 달고있는 번호배지를 보더니 누군지를 알아차리고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네, 오랜만이네요.”
변조기를 거친 남자의 목소리는 기계음마냥 투박하고 거칠다.
“왜 혼자 여기 있으세요? 사람들이랑 얘기 안 나누시고?”
“딱히 흥미가 없어서요.”
남자가 와인 한 모금을 홀짝 들이킨다.
“하긴, 저도 그래요.”
이내 고연화는 그의 반대편에 있는 의자 곁으로 가며 예의바르게 묻는다.
“여기 앉아도 될까요?”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우아하게 손을 내민다.
“앉으시죠.”
앉아도 된다는걸 보면 얘기를 나눌 의향도 있다는 뜻이겠지.
“전에 온라인으로 만났었을때 결혼하셨다는거로 들었는데 와이프분 때문에 이런 먼 곳으로 오기 힘드시다고 하시지 않으셨어요? 드디어 동의 받으신거예요?”
느긋해 보이던 지창은 그 말에 바짝 날을 세우더니 순간 얼음장같이 차가운 눈빛으로 변해있다......
어딘가 모르게 싸해진 분위기에 당황하는 고연화다. 그냥 분위기 띄우려고 물어본건데 뭐가 잘못됐나?
남자가 한참을 침묵하더니 그제야 입을 연다.
“이혼했거든요.”
이내 남자는 남은 와인을 전부 들이키더니 피곤한듯 눈을 질끈 감는다.
어......음......
벌써 이혼?
“......죄송합니다, 몰랐네요.”
뻘쭘해진 상황, 고연화가 사과의 의미로 지창의 잔에 다시 와인을 채워준다.
“별 말씀을.”
남자는 딱히 고연화를 탓하진 않았지만 방금 전과는 확연히 다른 차가운 말투를 하고 있다.
롤모델의 사생활엔 딱히 끼어들 생각이 없었지만 최근 고연화 역시 같은 고민을 갖고 있던 탓인지 저도 모르게 입밖에 이런 말이 나오고 만다.
“......왜 이혼하셨어요?”
지창은 자신을 비웃기라도 하듯 피식 웃더니 말한다.
“다른 남자랑 도망가 버렸거든요.”
“......”
젠장! 분위기 띄우려다 더 밑으로 떨궈버리고 말았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질문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지창은 화를 내는 대신 덤덤하게 고연화를 바라보며 묻는다.
“그럼 그쪽은요? 결혼했다더니 신혼생활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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