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2장

강준영이 아무런 표정도,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은채 품에 안긴 동생을 내려다 본다. 예전대로라면 등을 다독여주며 울지 말라고, 무서워 말라고, 오빠 있으니까 걱정 말라며 위안해 줬겠지만 지금의 동생은 너무도 낯설기만 하다. 고연화는 아직도 연기에 취해있는 강현월을 한심하게 쳐다보며 웃는다. “아가씨, 방금 장훈 씨가 나로 몰아갈때도 채팅기록이니 거래내역이니 하는건 없었어요. 그땐 나더러 얼른 인정하라고 부추기더니 정작 본인 발에 불 떨어지니까 증거 내놓으라고 윽박질러요? 앞뒤 너무 다른거 아니에요?” “아......앞뒤 다르다뇨......전 연화 언니랑 신분 자체가 다르잖아요. 엄마인 제가 일부러 자식한테 그런 짓을 하겠어요? 연화 언니는 대체 제가 얼마나 싫었으면 이런 함정까지 판거예요?” 지금에 와서도 강현월을 여전히 남탓으로 돌리기에만 급급하다. 원하는 바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수단과 방법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에게서 뭘 바랄까. 고연화는 더이상 강현월에게 대꾸도 하지 않은채 장훈에게 와보라는 손짓을 한다. “장훈 씨, 휴대폰 좀 보여주시죠!” 장훈이 흠칫 놀라는가 싶더니 이내 고연화에게 자신의 휴대폰을 건네준다. 강현월은 고연화가 뭘 찾아낼거라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장훈이 돈을 받고나서 자신의 지시대로 채팅기록은 물론 메신저까지 차단한걸 직접 확인까지 했으니 말이다. 이젠 그 누구도 장훈의 휴대폰에서 단서를 찾아내지 못할거다! 고연화는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휴대폰 화면을 톡톡 두드리더니 강준영에게 그걸 건네주며 말했다. “사장님이 직접 보시죠!” 그 말에 강현월이 덜컥 겁을 먹는다. 휴대폰을 받아쥐고 들여다본 강준영의 눈가가 더욱 맷워진다. 강현월의 메신저 차단을 푸니 이전 채팅기록이 그대로 원상복구 됐던거다...... 강준영이 채팅기록을 쭉 내려다 보기 시작한다...... 30분 전, 동생 강현월과 장훈이 주고받은 대화는 이러했다. [지금 당장 룸에 가서 감시 카메라 메모리 카드 빼오면 내가 2천만원 송금해줄게!] [강 아가씨, 분부대로 메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