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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장

고연화가 깔깔 웃어보이더니 어이없다는듯 허태윤을 바라본다. “허 선생님, 저흰 그 날 그저 급박한 상황에 어쩔수 없었던것 뿐입니다. 더군다나 감정도 뭐도 없었는데 설마 제가 그렇게 백발백중이라고 생각하시는건 아니죠?” 허태윤은 쫄지도 않고 긴장한 기색도 없는 고연화를 한참이나 주시하더니 그제야 의심을 내려놓듯 담배 연기를 후 내뱉는다. 한참 뒤, 허태윤이 다시 입을 뗀다. “남편은요?” 고연화는 자신에게 남편이 있다는 사실을 깜빡할 뻔하고는 부자연스럽게 눈을 꿈뻑이며 둘러댄다. “이 시간엔 당연히 열심히 돈 버는 중이죠!” 또다시 침묵하는 허태윤이다. “지훈이가 당신 좋아해요?” 그 말에 고연화의 가슴이 또 한번 철렁 내려앉는다. 갑자기 화제거리가 탁지훈에게로 넘어갈 줄이야...... 전혀 그렇지 않다고도 말 못하겠고 뭘 숨기는것 같아서 아니라고는 못하겠고! 고연화가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럴걸요!” 남자가 차갑게 피식 웃어보인다. “남편 있다는 사람이 다른 남자가 좋아하는것도 받아줘요?” 받아준다? 대체 눈이 얼마나 삐였으면 받아준거라고 생각하지? 순간 불만이 확 치밀어 말이 어긋나가는 고연화다. “제 마음인데 안 돼요?” “전엔 그런 야심있는 사람인거 몰랐네요! 두 마리 토끼 다 잡으려는 욕심 많은 사람인거!” “......” 고연화 역시 마찬가지다. 이 시간 칼같이 지키는 남자가 양다리 걸치고 둘째까지 만들어낼줄은 몰랐지!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치민다! “맞아요! 전 욕심 많은데다 마음도 넓어서 모든 남자들한테 집이 되어주고 싶거든요! 그게 왜요? 허 선생님이 저한테 뭐라 할건 못 되는거 아닌가요?” “고연화 씨, 사람답게 삽시다?” 고연화는 일부러 허태윤을 약 올리듯 피식 웃어보인다. “왜요? 속에서 안 내려가세요? 선생님도 끼고 싶어서요?” 허태윤은 조롱당했다는 분노와 비꼬는듯한 고연화의 태도에 눈빛이 점점 더 서늘해진다. 고연화는 풉하고 소리내 웃더니 다시 허태윤 앞으로 돌아와서는 까치발을 해들고 약을 올리며 말한다. “너무 송구스럽지만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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