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2장
허태윤은 보는 시늉조차 안 한채 아예 휴대폰을 꺼버리고는 바지 주머니에 넣어버렸다.
고연화는 서강대교 철난간을 잡고 먼 곳을 내다보고 있다. 쌀쌀한 강바람이 고연화의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흩날리게 만든다, 청순하고도 아름다운 한 장면이었다.
바로 반대편 해수욕장에는 서울에서 가장 높고 뾰족하다는 빌딩이 우뚝 솟은게 보였다......
“조심해요! 떨어지지 말고!”
남자는 무슨 토끼 귀를 잡고 끌어올리듯 고연화의 옷깃을 쭉 들어올린다.
아름다운 밤풍경을 눈에 담은지 3초도 지나지 않아 이 감성은 허태윤에 이해 와장창 깨져버렸다.
어찌나 힘 줘 끌어당겼는지 발마저 지면을 벗어나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그녀다......
아저씨는 왜 아직도 그녀를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 애 취급하며 사사건건 간섭하려는걸까! 짜증나게 정말!
“아저씨, 손 놔요! 제가 바보도 아니고 떨어지긴 왜 떨어져요?”
허태윤은 고연화를 난간에서 떨어진 곳으로 끌고와서야 목덜미를 놔준다.
이윽고 남자는 고연화를 내려다보며 콧방귀를 뀐다.
“바보 아니라고 생각해요?”
고연화는 못마땅한듯 미간을 찌푸린다.
“당연하죠!”
“그럼 왜 몰라요?”
“뭘 모른다는 거예요?”
한심하게 고연화를 쳐다보는 허태윤이다.
“본인이 잘 생각해 보던가요.”
고연화는 재미도 없는 말에 아예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아졌다.
“아저씨, 도대체 저희 언제 데리러 오는거예요?”
허태윤는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는 먼 산을 바라보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데리러 안 올거예요.”
뭣이라?
방금 분명 강현월한텐 데리러 온다고 했으면서!
고연화가 눈쌀을 잔뜩 찌푸린다.
“뭐라고요? 그럼 이렇게 걸어가기라도 하겠다는 거예요?”
남자가 눈을 가느다랗게 뜬다.
“걷는게 어때서요? 젊은 사람들 연애할때 이렇게 산책하는거 좋아하잖아요?”
고연화가 궁시렁궁시렁 거린다.
“참 나! 지금이 언젠데 아직도 연애할때 걸어다녀요! 산책을 뭐하러 해요? 배기가스라도 실컷 들이마시라고요?”
“......”
옛날사람이라며 허태윤을 비웃던 고연화는 이상한 이질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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