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36장
그 말을 끝으로 화연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방을 나갔다.
한 치의 미련이라곤 없는 모습이었다.
그녀의 뱃속에 있는 건 성호의 미래다, 어떻게 모든 걸 예린에게 걸 수 있는가?
더 이상 답이 없는 아이라면 뱃속의 아들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박동성이 좋으면 남은 생은 두 부녀끼리 살면 되지 않을까.
어차피 화연도 이 딸을 키우느라 진을 쏙 뺐다.
그동안 그녀가 엄마로서의 본분을 다했다면 이젠 동성이 책임을 이어갈 때다.
지성이 유일하게 천만다행으로 여기는 건, 바로 동성이 수작을 부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아하니 제 딸을 꽤 신경 쓰는 모양이다.
그는 곧장 사람들을 이끌고 외진 마을에 있는 허름한 오두막으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갔을 땐, 자그마한 몸집의 윤서가 덩그러니 바닥에 누워있었다.
다들 건드리지 말라는 동성의 지시에 따라 섣불리 손을 대지 않았던 거다.
뭘 하기도 전에 결국 그들은 경찰에게 포위당했다.
가진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은 장사라니.
윤서는 끝까지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반나절이 지나도록 오는 사람은 없었다.
약을 먹은 건 아니지만 의식은 점차 흐릿해져만 갔다.
지성이 온 것 같은 느낌에 귀를 기울이면 도로를 지나는 차량의 경적일 뿐이었다.
끝이 이럴 줄 알았더라면 진작 지성에게 진심을 고백했을 거다.
오래전부터 말하고 싶었다, 상상 그 이상으로 좋아한다고.
집이라는 올가미 때문에 내내 하지 못한 말이었는데, 살아서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 지금에서야 후회가 밀려왔다.
인생에 그리 망설일만한 순간이 몇 번이나 있나?
집안에 평생 얽매일 것도 아닌데 왜 용기를 내지 못했을까?
지성은 분명 여러 번의 기회를 줬다. 매번 맛집을 찾으러 다닐 땐, 웃음을 머금은 편한 윤서의 얼굴에 결국 강요를 하지 못했다.
그걸 알고서도 절 좋아하는 지성의 마음에 기대 갈수록 움츠러들기만 했다.
눈물이 윤서의 눈꼬리를 타고 흘러내려 먼지투성이인 바닥을 적셨다.
“윤서야, 눈 좀 떠봐, 나윤서.”
윤서가 점차 가까워지는 지성을 향해 눈꺼풀을 들었다.
그가 두 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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