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17장
화연이 이런 곳에서 악착같이 하루하루를 버틴 건 딸을 덜 고생시키려는 마음에서였다. 예린을 데리고 도망치려는 생각을 안 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폭력의 강도는 더 심해졌고 더 이상 반격할 능력도, 도망칠 용기도 내지 못했다.
동성이 돌연 떠났던 것 역시 화연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 하루아침에 각성한 듯한 그는 집에 있던 현금을 모조리 들고 그렇게 그들의 세상을 떠났다.
동성이 그대로 구석진 어딘가에서 죽어버린 건 아닌가, 화연이 종종 했던 생각이다.
아니면 어떻게 이리 쉽게 두 모녀를 놔줬던 거지?
지금 생각해 보면 죽었을 거라 여겼던 사이, 그는 불량배 노릇을 하며 세력 다툼을 하고 있었던 거다.
화연은 그런 동성이 탐탁지 않다. 아마 그는 평생 무력으로만 돈을 벌겠지.
그런 돈엔 손도 대고 싶지 않다. 지난번 연락했던 건 나윤서를 상대할 만한 사람이 도통 생각나지 않아서였는데, 그마저도 놓쳐버리고 말았다.
그 뒤 몇 번이나 걸려 온 동성의 연락도 받지 않았다, 그러다 희망이라도 줘버릴까 겁이 났다.
동성에겐 철없었던 과거일 뿐일 테지만, 화연에겐 지옥 같은 악몽이다.
두 번 다시 그 남자 곁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아줌마? 아줌마?”
윤서의 이어지는 부름에 화연은 그제야 번뜩 정신을 차렸다.
“어, 왜?”
성호가 곧바로 물었다.
“당신 어디 불편해? 계속 불렀는데 대답이 없길래, 무슨 일 있어?”
화연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어젯밤에 제대로 못 잤나 봐......”
그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성호가 식사도 마다하고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그럼 올라가서 쉬자, 이 선생더러 와서 봐달라고 할게.”
“그럴 필요 없어, 그냥 잠을 못 자서 컨디션이 별로였던 거야.
아직 밥도 다 못 먹었는데!”
그 와중에도 화연의 말투는 들떠있었다, 아빠의 다정한 보살핌이 한몫했나 보다.
다만 제가 태어날 때도 엄마와 저렇게 기대했을 아빠를 생각하니 윤서의 마음엔 자꾸만 씁쓸함이 피어올랐다.
세월이 흘러 지금 이 집안은 전혀 다른 모습을 갖추고 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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