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16장
“상위권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괜찮았어, 그래서 아빠한테 얘기 안 했고.
아직 우리가 걱정할 정도는 아니야.
그리고 엄마인 내가 있잖아?
뭐든 내가 다 신경 써야 되는데 공부 성적은 오죽하겠니.”
화연은 윤서의 착잡한 표정을 보려 일부러 엄마라는 말을 꺼냈다.
그래봤자 예진서는 죽었는데, 엄마도 없는 애가 무슨 수로 예린이랑 겨룬다고?
“됐어, 아줌마가 알아서 한다니까 윤서 넌 걱정 마.
언론사 일 때문에 바쁘다며? 어디 예린이 성적에 신경 쓸 시간이 있어.
사람마다 팔자라는 게 있는 거야, 공부할 마음이 없으면 전교 1등이 와도 안 돼.”
어쩐지 거슬리는 말에 화연이 반박하려 하기도 전에, 윤서가 먼저 말을 이어갔다.
“그러게, 요즘 그때 사건으로 바쁘거든.
박동성도 참, 그 하찮던 불량배가 겨우 몇 년 사이에 우두머리가 됐지 뭐야!
대체 무슨 수를 썼는지 모르겠네?
손에 다른 사람 피까지 묻혔을 걸. 이런 것들은 진짜 천벌 받아야 돼.
자식까지 물들까 봐 무섭다니까.
아빠, 이런 사람한테 가족의 정 같은 게 있기나 할까?”
윤서가 눈을 깜빡거리며 마주 앉은 화연에게 눈길을 돌렸다.
“하, 밖에서 그렇게 휘젓고 다닐 때 자식 생각을 했겠어?
안 했으면 정조차 없는 거지, 그런 인간들은 가족들 대신 덕을 쌓을 줄도 몰라.
자식 생겨봤자 큰 인물 될 리도 없고.”
윤서가 덩달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렇게 잔인한 거 보면 자식이 없어서 그런 건가?
있었으면 손쓰기 전에 자식 생각은 했을 텐데, 진짜 인과응보라는 게 있으면 어떡해?
난 내가 벌 받는 한이 있어도 자식이 그렇게 되는 꼴은 못 봐!”
성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세상 모든 아버지들 생각이지.”
“아줌마는요? 아줌마도 그렇게 생각해요?”
윤서가 돌연 정신이 딴 데 팔려있는 화연을 바라봤다.
그녀는 조금 전 윤서의 말을 곱씹고 있었다.
동성은 정말 손쓰기 직전에 예린을 생각한 적이 없을까?
그가 집을 떠났던 건 예린이 여덟 살쯤 되던 해였다. 아무리 불량배로 살았다 한들 여덟 살 난 딸을 잊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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