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07장
“그런 여자가 잘 어울릴 거 같아요......”
“난 그런 사람 싫은데.”
“뭐라고요?”
윤서가 습관적으로 되물었다.
“걱정할 거 없어요. 감정이란 건 그렇게 만들어가는 거잖아요.
내가 지성 씨 처음 봤을 때처럼——”
“그때처럼 뭐, 처음엔 내가 별로였다는 거야?”
오해로 얽혔던 두 사람의 첫 만남이 떠올라 윤서는 툭 하고 웃음이 나왔다.
“얼음장같이 차가운데 누가 좋아해요, 왜 이렇게 자기애가 넘치지?”
“그럼 지금은? 지금은 내가 좋아졌어?”
윤서에게 도망칠 기회는 없었다. 지성이 바로 그녀의 어깨를 잡아 둘 사이의 거리를 바짝 좁혔다.
맞부딪친 시선에 윤서는 일순 눈을 떼기가 싫어졌다.
언젠가 헤어지게 되면 이 정도로 가까워질 기회도 없지 않을까?
“솔직하게 말해, 한 마디면 되잖아. 대체 날 좋아하는 거야, 아닌 거야?”
윤서가 의도적으로 말을 돌리려 했다.
두 사람 사이에 이걸 운운할 여지가 있나?
좋아하는 마음이 있는지가 중요하냐는 말이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과정인데, 더는 실수하고 싶지 않다.
“장난치지 마요. 이거 다 임시방편인 거 알아요.
그때 가선 내가 아빠 말릴게요, 알아서 손 놓을 거고 절대 매달리지도 않아요!
지금 돈도 열심히 벌고 있으니까 아빠가 빌린 돈 싹 다 갚을 거예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꼭 다 갚을게요.”
“누가 내 돈 갚으래? 그깟 돈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야.
내가 원하는 건 너라고!”
지성의 한마디가 잔잔한 수면에 거센 파문을 일으켰다.
윤서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장난하지 말라니까요, 난 그런 농담 감당 못 해요.”
지성이 진지하게 건네는 고백도 윤서에겐 농담으로 들릴 뿐이었다.
남들 위에 군림하는 고고한 자가 말 몇 마디로 여자를 달래는 건 어찌 보면 흔한 일이다.
하지만 윤서는 결코 쉽게 달래지는 사람이 아니다. 이걸 진짜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지성의 고백을 거절할 사람은 없다는 걸 잘 알기에, 제게 하는 말이 아니라고 여길 수밖에 없었다.
“대체 뭐가 무서운 거야? 이젠 나랑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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