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05장
“아버지가 한 일은 진짜 마음에 안 드는데, 나도 고마운 건 있지.”
윤서가 두 귀를 쫑긋 세웠다.
“뭐가 고마운데요? 두 사람 극과 극이잖아요.”
알다가도 모르겠다.
윤서였으면 허구한 날 돈만 요구하며 태어나지도 않은 아들을 위해 계획을 세우는 사람에게 진작 치를 떨었을 텐데 말이다.
지성은 이런데도 웃음이 나오나 보다, 이거야말로 사장으로서의 자질인가?
“한사코 윤서 씨 우리 집에 시집보내줘서 고맙다고.”
얼탄 윤서가 입을 벙긋거렸다.
두 볼은 벌써 화르르 달아올랐고 심장은 가파르게 뛰었다.
지성의 말뜻이 믿기지 않았던 그녀는 눈을 맞대자마자 창문으로 고개를 틀었다.
“그, 그렇게 애매하게 말하지 마요. 아빠가 빌린 돈은 내가 다 갚을 거니까 그런 수는 쓰지 말라고요......”
“응? 내가 무슨 수를 썼다고 그러지?”
펄펄 끓는 윤서의 귀를 보고 지성은 장난기가 생겨났다.
“그거야 당연히 미남계죠. 나 보고 그렇게 웃지 마요.”
윤서가 움츠러들수록 지성은 입꼬리를 한껏 당겼다. 아마 결혼한 뒤 가장 기쁜 순간이 아닐까 싶다. 웃음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린 윤서의 눈도 반달 모양으로 휘었다.
험난한 여정을 거쳐 성사된 결혼일지라도 그가 이렇게 웃을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지성은 바로 윤서를 남산으로 데려갔다.
“아까 집에서 말했었잖아, 이젠 여기서 지내.”
주차장에 차를 세운 지성은 자연스레 윤서에게 문을 열어준 뒤, 손까지 잡고 새집으로 향했다.
떨떠름했던 윤서가 꽉 잡은 둘의 손과 지성을 번갈아 봤다.
늘 그랬듯 차분해 보였지만 지성의 귓바퀴엔 옅은 홍조가 피어올라 있었다, 누가 봐도 긴장한 상태라는 뜻이었다.
운이라는 건 어쩌면 변함없이 보존되는지도 모른다.
집에서 그런 난처한 일을 겪었으니 좋은 일로 보답해 주는 게 아닐까?
윤서에겐 현실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상황이었다. 지성이 정말 제 손을 잡고 새집으로 가고 있는 건가?
얼마 안 되는 사이, 왜 지성의 태도가 180도로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꿈이라고 한들 아름답기만 한 순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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