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00장
커다란 식탁 때문에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더라면 화연은 당장이라도 딸을 때려 정신 차리게 만들고 싶었다.
이건 스스로를 곤경에 빠뜨리는 게 아닌가?
상대는 관심도 주지 않는데 왜 기를 쓰고 들러붙으려 하는지.
예린은 국을 마시는 대신 윤서를 향해 미소 지었다.
“언니, 내 말 듣기 싫어도 이해해, 이건 사실이잖아.
형부 오늘처럼 아빠 엄마한테 말도 없이 오는 건 좀 아니지 않아?
식재료도 이제 막 준비한 거야, 남들이 들으면 우리가 대접을 소홀히 했다고 해.
형부가 남도 아니고 언니가 나보다 더 잘 알아야지. 왜 형부 생각을 전혀 안 할까?”
윤서는 입에 있던 음식을 천천히 삼킨 뒤에야 고개를 들고 예린을 바라봤다.
날카로운 시선이 예린에게 곧게 날아들었다.
저 얄따란 속내를 누가 모를 줄 알고?
지성이 여길 자주 와봤자 좋을 게 뭐가 있을까?
그저 얼굴 몇 번 더 보기 위한 예린의 속셈일 텐데.
예린은 아직도 그를 향한 삐뚤어진 마음을 다잡지 못한 모양이다.
저런 주제넘은 인간을 봤나. 그동안 이 집에서 지내며 풍요로운 생활 조건을 갖췄을 텐데도 학교에서 기본적인 예절조차 배우지 못했다.
미혼인 여자가 제 형부에게 집에 자주 오라는 말을 한다니.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게다가 그걸 이용해 윤서를 휘어잡으려는 걸 보면 정말이지 생각이란 게 없다.
지성은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윤서의 집이기도 하거니와 무슨 일이 있든 체면을 살려주는 게 맞다. 그는 윤서가 필요로 할 때 뒤에 있어 주기만 하면 되는 거다.
또 지성에게 음식을 집어준 윤서는 냅킨으로 입가를 닦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난 몰랐는데, 언제부터 네가 이 집 주인이었어?”
조소하던 예린이 재빨리 표정 관리를 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언니? 내가 언제 이 집 주인이었다고.
난 아랫사람으로서 대신 아빠 속마음을 전해줬던 거야.
못 믿겠으면 물어봐, 아빤 언니가 집에 더 머물렀으면 해. 원래 아버지라는 역할이 속마음을 다 드러내긴 어렵잖아.”
윤서가 그대로 성호에게 시선을 옮기자 그도 덩달아 입가를 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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