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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9장

윤서는 성호를 단단히 휘어잡고 있었다. 역시나 아들 말이 나오기 바쁘게 성호는 정신을 번쩍 차리고 화연에게 다정히 음식을 집어줬다. “당신도 지금은 영양가 따져서 많이 먹어야 돼. 다 먹고 나랑 산책하러 가자. 이젠 별로 바쁘지도 않으니까 옆에 있어줄 수 있어.” 화연이 감동 받은 듯 빙그레 웃었다. “어떻게 당신더러 24시간 옆에 있어 달라고 해. 애를 못 가져본 것도 아니고.” “그땐 이런 조건이 아니라서 그렇지. 지금은 내 아들을 가졌잖아, 더는 당신 힘들게 해선 안 돼.” 그가 화연의 손등을 다독였다. “걱정 마, 더 이상 고생은 안 시킬게.” 자리에 앉은 예린만 홀로 소외된 기분이다. 나씨 집안과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데다 유일한 혈연관계라곤 엄마뿐이었다. 하지만 이젠 성호에게만 정신을 쏟는데 딸인 그녀가 눈에 들어오기라도 할까? 혹여 뱃속의 아이가 정말 아들이라면 제 처지가 어떻게 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지어 화연도 더는 관심을 주지 않을 거다. 지금 그녀에겐 또 다른 희망인, 나씨 집안 작은 아들이 생겼으니까. 나성호가 과연 제 아들에게 재산을 얼마나 넘겨줄까. 주먹을 움켜쥔 예린은 식미마저 잃었다. 이젠 가진 게 없다, 스스로에게 의지해 이 모든 걸 잡아야만 한다. 다시 조용히 고개를 든 예린이 마주 앉은 남자를 바라봤다. 저 남자와 결혼하면 남은 생은 끝도 없는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 제 앞날을 위해 준비를 해야겠다. 예린의 얄팍한 속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지 않았더라면 윤서는 개의치 않고 유쾌한 식사를 이어갔을 거다. 지성에게 어려서부터 즐겨 먹던 음식을 알려주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내는 건 윤서에게 너무도 소중했다. 그런데도 예린은 밥상머리에서 생각 없이 말을 내뱉었다. “형부도 아줌마 요리 좋아하나 보네요. 그럼 언니랑 자주 오세요. 아빠 엄마 이젠 나이도 있는데 두 사람이 옆에 있어 주면 훨씬 좋아할 거예요. 아빠가 언니 시집 보낸 게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어떡해요. 제가 이러는 게 다——” 예린의 얘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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