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98장
윤서가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예린은 저렇게 제 속내를 훤히 드러내는 게 부끄럽지도 않을까?
또 싸움으로 번질 것 같은 기세에 화연이 다급히 나섰다.
“그래, 남산 가서 아줌마랑 같이 있으면 원하는 건 뭐든 먹을 텐데 네가 왜 걱정이야.
너야말로 편식하지 말고 많이 먹어.
학교에서 공부만 하더니 빼빼 마른 거 좀 봐.
아주머니 가려면 아직 며칠 남았으니까 그동안을 소중히 여겨.”
화연이 딸에게 국을 떠줬지만 예린은 결코 받아쥐지 않았다.
나윤서가 좋다는 건 다 싫은데 어떡하라고.
결국 그릇을 밀어버리는 바람에 하마터면 국이 흘러넘칠 뻔했다.
성호의 따가운 눈초리가 날아와 꽂혔다.
예린은 몸이 잔뜩 굳었는데도 목울대에 힘을 줬다.
“엄마, 전복 다 부서졌다는데 왜 또 떠줘.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까 신경 쓰지 마.”
“내 기억력 좀 봐. 네가 맛없다고 했는데 또 한 그릇을 떠버렸네. 엄마가 마실게.”
성호의 얼굴이 어둡게 일그러졌다.
배지성까지 왔는데 눈치도 없이 전복이 부서졌느니 마느니, 저렇게 말하면 상식이 있어 보인다고 여긴 걸까?
지금의 의식주 모두 나씨 집안에서 선사해 줬다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성호가 그들을 데리고 오지 않았으면 예린은 여태 전복 맛도 보지 못했을 거다.
그런데도 감히 이간질하며 윤서를 깎아내리려 한다니.
다행히 지성은 거들떠 보지도 않은 채 그릇을 싹싹 비웠다.
“윤서 씨가 좋아하는 건 역시 맛있네요.”
그 말에 윤서는 반달눈을 하고 더욱 활짝 웃었다.
솜씨 빠른 아주머니는 얼마 되지 않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요리들을 가져왔다.
윤서는 좋아하는 것들만 골라 지성의 그릇에 담아주곤 거듭 먹어보라고 권했다.
지성을 단순히 식사하러 온 손님으로만 대접하는 건 오직 윤서뿐이다.
성호는 옆에서 내내 귀를 쫑긋 세우고 기회를 엿봤다, 지성에게 다시 한번 투자금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부잣집인데 그거 몇 푼 나눠주는 건 일도 아닐 거다.
게다가 이제 친딸은 배씨 집안 사모님이지 않나, 어차피 재산 분할도 해야 할 텐데 미리 좀 받는 게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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