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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5장

더는 참지 못한 윤서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아빠를 내려다봤다. “아빠, 나 한 번도 아빠한테 부탁 같은 거 한 적 없어. 오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부탁할게. 다신 배지성한테 돈 달라는 소리 하지 마. 부족한 건 내가 다 채워줄게. 처음에 받은 투자금만으로도 충분하잖아. 왜 계속 달라고 하는 거야? 나한테 제발 일말의 존엄이라도 주면 안 돼?” 벌떡 일어난 성호가 윤서의 따귀를 때리며 말을 잘랐다. “불효자식 같으니라고! 배지성이 좋아지기라도 한 거야? 착각하지 마, 걔 눈에 넌 볼품없는 존재일 뿐이야. 얼마를 요구하든 나랑 배지성 일이니까 넌 입 다물고 있어. 너한테 조금이라도 마음 쓰는 지금을 소중히 여기라고. 일단 싫증 나면 너랑 이혼하려고 할 거야. 다시 집에 돌아왔을 땐 너도 이 아빠 선견지명을 고마워할걸.” “하, 선견지명은 무슨. 그냥 돈 뜯으려는 거 아니야? 나주 그룹 회장이란 사람이 왜 자꾸 이런 뻔뻔한 짓을 해!” 윤서의 말이 노골적으로 변할수록 성호의 얼굴은 새까맣게 일그러졌다. 화연과 예린은 괜히 불똥 튈 게 무서웠는지 벌써 한쪽에 몸을 웅크렸다. 성호가 손을 번쩍 들어 또 한 번 뺨을 치려 했다. 윤서도 눈을 질끈 감고 마음의 준비를 했을 때였다. 돌연 누군가 그녀를 힘껏 끌어당겼다. 헛손질했던 성호는 힘을 어찌나 가했는지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고개를 들어 앞에 있는 지성을 보자마자 그는 불쾌감을 싹 지운 채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사위 왔구나! 왜 말도 없이 불쑥 왔어, 내가 미리 자네 좋아하는 거 준비하라고 했을 텐데!” 윤서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지성을 바라봤다. “여긴 어쩐 일이에요?” 분명 하루 종일 회사에 있었을 텐데, 둘은 벌써 이틀 동안 연락도 하지 않았다. 이 남자가 제 행적을 어떻게 알았는지, 또 어떻게 때마침 나타나 아빠의 손찌검을 피하게 해줬는지 모르겠다. “내가 안 오면 그렇게 서서 맞기만 하려고? 바보야 당신?” 지성이 인상을 쓰며 한쪽 볼이 빨갛게 부어오른 윤서를 바라봤다. 정작 매를 맞은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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