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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3장

윤서는 아빠 눈에 제가 이런 짓궂고 비열한 사람으로 비칠 줄 몰랐다. “그래, 그럼 대체 내가 뭘 잘못했는지 말해봐. 내가 뭘 어쨌길래 이렇게 질질 짜면서 나한테 뒤집어씌우는 거냐고.” 윤서가 의자에 기대 예린에게 입을 삐죽 내밀었다. “아니야, 난 그런 말 한 적 없어. 진짜 오해라니까 아빠, 언니가 아니라 내 잘못이야. 내가 금방 자다 깨서 짜증이 났나 봐. 언니랑 상관없으니까 오해하지 마. 오랜만에 와서 난 언니 보고 싶었어.” 예린이 씁쓸하게 웃자 성호가 분에 들끓었다. “대단하다 나윤서, 넌 지금 눈에 뵈는 게 있기나 해? 내 앞에서도 예린이 겁주는데 안보일 땐 오죽할까. 예린이한테 당장 사과해, 다시는 안 그러겠다 맹세하고.” 아직도 윤서가 뭘 했는지 모르지만 성호는 저 모습만 보면 화가 치밀었다. 머리를 눌러서라도 윤서더러 사과를 하게 만들어야겠다. 흐느끼는 예린은 성호를 말리면서도 한편으론 으스대며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마주 앉은 윤서가 그걸 못 봤을 리 없다. “사과한다 쳐, 그 전에 내가 뭘 했는진 알아야 할 거 아니야? 나예린, 말 좀 해보라니까. 아직도 나한테 덮어씌울 핑계를 못 찾은 건가.” 그 말에 성호가 식탁을 쾅 내리쳤다. “이 터무니없는 계집애!” “터무니없는 게 누군데?” 윤서가 냅다 젓가락을 내팽개치니 모두 충격에 휩싸인 눈길을 보냈다. 간도 크지, 감히 아빠 앞에서 저런 행패를! “너더러 시집가랬더니 이젠 네 아빠도 안중에 없지? 감히 내 앞에서 젓가락을 던져? 나 늙으면 또 얼마나 못살게 굴려고 그래?” 옆에 있던 화연이 불난 집에 부채질을 했다. “그래 윤서야, 어른 앞에서 젓가락을 던지는 게 어디 있어? 그건 너무 무례하잖아. 아빠가 말투는 저래도 다 널 생각해서 이러는 건데. 너 오랜만에 온다고 아빠가 얼마나 들떴는지 몰라. 얼른 사과드려, 그럼 여기서 끝나는 거야.” “하, 아줌마한테 말한 것도 아닌데 그만 좀 참견하실래요? 겉으로 나 위하는 척해도 실은 내가 한 거라고 묵인하는 거잖아. 아줌마 딸 부르러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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