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92장
성호도 동의하는 눈치였다.
윤서와 예린이 각자 식탁 양 끝에 자리 잡았다.
앉자마자 고개를 푹 숙인 예린은 어쩐지 잔뜩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
“왜 그래? 어제 제대로 못 잤어?”
성호의 질문에 다시 고개를 든 그녀는 벌써 눈물을 가득 머금고 있었다.
윤서는 갈수록 생동감 넘치는 두 모녀의 연기력에 감탄했다.
가서 연기라도 하지, 나예린은 실력파 연기자라는 평도 받을 만하겠는데.
예린이 혼신의 연기를 펼치는 바람에 가끔은 윤서도 덩달아 두 모녀의 장단에 맞춰줘야 했다. 아니면 이 집에선 무사히 빠져나올 수 없으니까.
좋아하는 요리를 고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 윤서는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괜찮아 아빠, 언니 한번 오는 게 쉽지 않은 거 알아.
엄마 배고프다며? 이거 엄마가 좋아하는 거잖아, 많이 먹어.”
속상하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예린을 성호가 어찌 못 본척한단 말인가?
젓가락을 내려놓은 그가 도끼눈을 하고 윤서를 쏘아봤다.
“그냥 밥 먹게 동생 부르라는데 왜 그래? 애 기분까지 망쳐놓고.”
윤서가 두 귀를 의심했다.
“내가 또 뭐? 방문 앞에 서 있기만 한 거 다들 봤잖아.”
그러자 예린이 연신 손을 내저었다.
“맞아, 언니는 아무것도 안 했어.
아빠 얼른 먹자, 다 식겠다.”
“윤서가 가만히 있었으면 네가 왜 주눅이 들었겠어.
내 친딸 아니라는 이유로 네가 그동안 서러웠을 거 알아.
근데 네 엄마랑 결혼한 날부터 난 널 친딸처럼 키우겠다고 약속했어.
내가 내 딸 억울함도 못 풀어줘?”
화연이 씹던 걸 삼킨 뒤에야 성호를 말렸다.
“됐어, 둘이서 좀 싸우는 거야 흔한 일이지.
말다툼하다가도 금방 화해하는 게 여자애들이야. 아빠인 당신은 끼어들지 마.”
“당신까지 흐지부지 넘어가게?
당신이 윤서를 너무 감싸서 그래.
그러니까 예린이가 당하고도 내 앞에서 억울하단 소리를 못 하잖아.
오냐오냐 키우면 자식 망친다는 말 몰라?”
화연이 얇은 눈썹을 와락 구겼다.
“말이 너무 심하잖아. 지금 윤서가 뭐 어때서?
내가 오냐오냐 키워서 불효자식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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