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69장
입을 앙다문 윤서가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절 난처하게 만들 거라 여겼는데, 이런 다정다감한 분들이신 줄 몰랐다.
그럴수록 창피함도 몰려왔다.
아빠는 이분들과 비교하니 정말 하늘과 땅 차이다.
지성이 다가와 윤서의 어깨를 감싸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 앞에서 기다리지 마시라니까요.
두 분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시려고.”
정작 할머니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나 아직 건강하거든.
윤서야, 이리 와서 앉으렴.”
모두 하나둘 자리에 앉았다.
워낙 윤서의 자리는 지성의 옆이었지만 지금은 할머니의 말씀에 따라야만 했다.
지성은 내키지 않는 눈치다.
첫 방문에 할머니 옆에 앉으면 윤서가 분명 껄끄러워할 거다.
할머니가 눈을 치켜떴다.
“왜, 내가 네 마누라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
윤서가 지성을 향해 설핏 고개를 저었다.
“할머니, 지성 씨는 그런 뜻이 아니에요.
할머니 옆에 앉을 수 있는 제가 복 받은 거죠!”
윤서는 자연스레 의자를 빼 할머니를 부축해 앉히고 그 옆에 자리 잡았다.
다시 지성에게 눈길을 돌리니 저도 모르게 둘의 시선이 맞부딪혔다.
그 모습을 본 가족들도 조금은 안심이 됐다.
물론 재력이 충분한 그들은 나씨 집안을 지원해 주는 것 정도야 신경도 쓰지 않는다.
하지만 지성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했으면 하는 게 그들의 바람이다.
혹 떼려다 혹 붙인 꼴이 되진 말아야 할 거 아닌가?
“두 사람 보니까 내가 마음이 놓이는구나.
이대로 눈 감고 땅에 묻힌대도 여한이 없겠어. 서로 의지하면서 잘 지내.”
할머니가 안타까워하며 윤서의 손등을 두드렸다.
“너희 집안일은 다 안다. 이젠 우리 집에 시집왔으니까 더는 지난 일로 자책하지 마.
지성이랑 다시 시작하면 되는 거야.”
그럴수록 윤서의 죄책감도 커져만 갔다.
결국 이 모든 건 그들을 속이는 것뿐 아닌가.
남은 시간, 윤서는 입을 꾹 다물고 어른들의 얘기에만 귀를 기울였다.
잔이 비면 잽싸게 채워주며 며느리로서의 본분을 다했다.
둘은 일 때문에 바쁜지라 오래 머무를 계획이 아니었다. 더욱이 윤서가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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