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70장

“자기 마음 편하자고 네 분한테 상처 줄 거면 차라리 연기라도 해서 안심시키는 편이 나아요.” “그런 뜻이 아니에요, 저 혼자 마음 편해지려는 게 아니라고요. 거짓말은 거짓말로 덮어야 하잖아요. 오늘은 속였다 쳐요, 설마 제가 평생 가짜 와이프로 지내야 하는 거예요?” 지성이 건조한 시선으로 윤서를 흘겨봤다. 가족들만 기쁠 수 있다면 그게 뭐 어떠냐는 눈빛이었다. “말......말도 안 돼, 거짓말은 현실이 될 수 없어요. 평생을 갈 수 있는 거짓말이 있을 리 없잖아요. 전 아직 감정이 짙어지지 않았을 때 솔직히 말씀드리자는 거예요. 다들 불필요한 고통은 느끼지 않으시게요.” 특히나 윤서는 가족의 정을 별로 느끼지 못했던 제가 지성의 집에서 사랑을 받다 품지 말아야 할 마음을 품을까 봐 겁이 났다. “무슨 생각하는지 알겠는데, 돈 갚을 거라고 직접 말한 거 잊지 마요. 겨우 이런 일로 도와달라는데도 이 핑계, 저 핑계 대는데 내가 진짜 당신이 그 돈 갚을 거란 기대를 할 수 있을까? 차라리 나더러 다 밑지라고 하지. 재고 따지는 건 참 잘해.” 윤서는 억울한데도 반박은 할 수 없었다, 결국 이 모든 건 아빠로 인해 벌어졌으니. “네, 제가 미련해서 그런 무식한 제안을 했네요. 못 들은 거로 하세요. 필요한 건 바로 말하시면 돼요, 제가 고칠게요.” 윤서가 차창에 기댔다. 분명 커다란 옷을 입고 있는데도 하찮을 만큼 작아 보였다. 둘은 당연히 함께 지내지 않는다. 지성은 아무도 몰래 윤서를 오피스텔에 데려다줬다. 차에서 내린 윤서는 시야에서 사라지는 지성의 차량을 멀뚱히 보고만 있을 뿐이다. 지금 이게 맞는 선택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남자 앞에서 다시 자존심을 세우려면 이 방법밖엔 없다. 지성의 결혼 소식은 하루아침에 배연 그룹 홈페이지 헤드라인에 오르며 인터넷 검색창을 들끓게 했다. 젊디젊은 기업 총수가 벌써 결실을 맺다니! 게다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와이프는 또 누굴까? “설마 윤청하는 아니겠지, 전에 사진 뜬 적 있잖아.” “지난번 그게 결혼을 위한 복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