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64장
구관이 명관이라더니, 윤서는 끝끝내 아빠를 이기지 못했다.
무감한 표정의 지성이 손을 뻗어 테이블을 똑똑 두드리니 곧바로 윤서가 잠잠해졌다.
“그만하죠, 여기서 당신들 연기하는 거 구경할 시간 없으니까.
우리 집안에서 동의한 결혼이면 난 그대로 진행할 겁니다. 나윤서 씨는 집에서 얌전히 기다리기나 해요.
그밖에 다른 건 바라지도 말고.”
울상이 된 윤서가 자리를 뜨려는 지성을 바라봤다. 여기 남으면 안 되겠냐, 애원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몇 번이고 그들 부녀에게 농락당한 지성이 어떻게 윤서를 믿을 수 있을까.
반면 성호는 마침내 소원을 이룬 듯 환희에 차 있었다.
“두 선남선녀끼리 이어지는 게 최고라고 했잖아.
부당한 방법을 쓴 거라 탓하지는 마.
내가 제대로 맺고 끊지 않았으면 너희들이 결실을 맺기나 했겠어?
더군다나 우리 윤서도 자네한테 호감 있다지? 결혼식 같은 건 중요하지도 않아!”
윤서는 완전히 고개를 떨군 채 모든 고통을 숨기려 애썼다.
이런 망신스러운 아빠를 두고 무슨 수로 지성의 앞에서 고개를 든단 말인가.
그가 오늘 일이 저와 무관하다고 믿어준다 한들 더 이상 따지고 싶진 않았다.
어찌 됐든 미안할 짓을 한 건 윤서다.
윤서와 그녀의 집안을 몰랐으면 지성이 왜 이런 강박을 받았을까?
우월한 가정 조건에 젊고 잘생긴 데다 능력까지 좋은 그와 결혼하려는 사람은 저 멀리 태평양까지 줄을 섰을 텐데.
많고 많은 선택지 중 제가 좋아하는 여자를 고를 수 있었던 그는, 지금 윤서로 인해 철저히 무너져 버렸다.
좋아하는 사람의 인생을 윤서가 송두리째 망가뜨린 셈이다.
지성이 자리를 뜨고도 윤서는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마주 앉은 성호도 당연히 커피잔에 뚝뚝 떨어지는 그녀의 눈물을 보아냈다.
“그만해, 다 갔는데 그렇게 서러운 척해서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못마땅한 성호의 말투에 윤서는 두 귀를 의심했다.
이게 당최 아빠가 딸에게 할 말인가?
눈물범벅이 된 윤서가 고개를 들었다.
“아빠, 대체 집안 상황이 얼마나 나쁜데 이래?
어느 정도길래 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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