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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장

페이크 “입맞춤”이 끝난 뒤 고연화는 재빨리 허태윤을 밀어냈다. 그녀는 입이 귀에 걸린 얼굴로 정시후의 손에서 그림을 건네받고는 겨드랑이에 꼭 끼워 넣었다. 그녀는 두어 걸음 가다가 휙 돌아서서 허태윤에게 엄지를 치켜들며 윙크를 날렸다. “아저씨, 고마워요! 오늘 멋졌어요!” 감정을 읽어낼 수 없는 허태윤의 눈동자가 어둡게 빛났다. 그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입술을 삐죽였다. 참나, 선물을 받고서야 멋있어 보이는 걸까. 정시후는 즐거운 발걸음으로 마당에 들어서는 고연화를 옆에서 지켜보다가 저도 모르게 흐뭇한 엄마 미소를 지었다. “대표님, 고연화 씨... 가만히 보면 귀여운 구석이 있으신 거 같습니다.” “지금 고연화 씨나 보고 있을 때예요?” 허태윤이 차갑게 정시후를 흘기며 한마디 했다. “... 앗! 대표님, 다음은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정시후가 시선을 급히 거둬들이며 물었다. “회사.” “알겠습니다!” ... 이튿날. 고연화가 한창 허씨 가문 여사님이 친히 그녀를 위해 차린 몸보신 음식을 먹고 있을 때 지연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외숙모!” 고연화는 비록 지연우의 번호가 없었지만, 한 번에 그녀의 목소리를 알아들었다. “제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어요?” “삼촌한테 물었죠!” “허태윤 씨가 제 전화번호를 알고 있다고요?” 고연화가 더욱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외숙모, 그야 외숙모 남편인데, 번호가 없는 게 더 이상하지 않아요?” “... 아, 참. 그렇네요.” “외숙모, 뭐 하고 있었어요? 혹시 시간 되면 제 술친구 좀 해줘요!” “대낮부터 무슨 술은 술이에요.” 고연화가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하자 전화기 너머로 취기가 느껴지는 지연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지금 상처받은 여자잖아요. 술이라도 좀 마시면서 풀어야죠! 외숙모, 빨리 저한테 오세요. 저 혼자서는 재미없단 말이에요!” 전화를 끊자, 고연화는 지연우로부터 술집의 주소를 메시지로 받았다. 그때 허씨 가문 여사님이 부엌에서 푹 곤 뜨끈한 보신탕을 들고나오며 물었다. “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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