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86장
할아버지가 갑갑한 속내를 드러냈다.
다만 윗어른으로서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 곧바로 몰아붙일 순 없는 노릇이었다.
“어쩌겠어, 지금은 유가영 스스로가 끼어들 틈이 없다는 걸 알아채게 할 수밖에.
일 크게 만들지 말고 알아서 발을 빼야 할 텐데.”
서수연을 늘 아픈 손가락으로 여기던 할머니는 방금 전 일이 수연의 앞에서 일어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긴다.
그걸 봤더라면 또 얼마나 속상해 했을까.
“안돼, 언제 시간 내서 준영이한테 잘 말해둬야겠어. 유부남이 아직도 눈치 없이 딴 여자랑 가까이 하면 어째.”
결의에 차 미간을 와락 구긴 할머니를 할아버지도 말릴 자신이 없다.
......
도윤의 촬영장은 오늘날까지도 어수선하다.
다들 감독과 프로듀서에게 팀 해체 통보라도 받을까 전전긍긍하며 출근을 이어간다.
이유진과 문지원 역시 할 일은 없었지만 집에만 있는 게 되려 더 불안했다.
그래서 도울 거라도 없나 하여 촬영장을 기웃거리는 것.
지금은 점심 식사 시간, 둘은 마주앉아 도시락을 먹고 있다.
“유진아, 우리 촬영팀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내가 부계정으로 SNS 봤는데 다들 우리 욕만 하더라고.
분명 우리가 한 게 아닌데 감독님은 아직도 입 닫고 가만히 있으라고만 하고, 대체 언제까지 이래야 돼!”
살벌하게 촬영팀을 저주하던 댓글만 생각하면 끌어 올린 입맛마저 뚝 떨어졌다.
“감독님도 안 급하신데 네가 왜 그래, 어차피 우린 한 적 없는 일인데 욕하라지 뭐!”
그날 납치 사건이 있은 뒤로, 이유진은 한층 더 차분해졌다.
목숨에 비하면 그 무엇도 보잘 것 없는 것 같다, 특히나 명예라는 건 더더욱.
칭찬이든 욕이든 입은 남들한테 달렸는데 그걸 그들이 무슨 수로 막나.
중요한 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으면 그 뿐이라는 거다, 하지도 않은 일에 마음 졸일 필요는 없으니까.
도윤은 지금 최적의 타이밍을 노리고 있다.
차곡차곡 모은 증거들을 대중들에게 선보이면 부정적인 이미지 역시 단숨에 말끔히 씻겨내려갈 거다.
그걸 알 리 없던 문지원은 하릴없이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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