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69장

크나큰 대가를 지불했음에도 서수연에겐 살살 간지르는 정도밖엔 되지 않는다. 남들의 평가엔 전혀 관심이 없는 건가? 듣기론 서수연이 사회 생활을 못한다고 수군거린 게 한둘이 아니라던데. 이 사람들의 속내야 임지혜가 제일 잘 안다. 자기들에게 득이 되는 게 없으니 여기저기 서수연의 험담만 늘어놓고 다닌 거지. 정작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서수연이 눈에 거슬렸다. 그래봤자 준영이 빽으로 들어왔으면서 뭘 저리 고고하게 굴어? 이때, 임지혜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서수연은 한참이 지나도록 울려대는 벨소리에 시끄러워져 물었다. “전화 안 받아요?” 아랫입술을 꽈악 깨문 임지혜는 발신자 이름과 서수연을 번갈아 보더니 한참만에야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들으려고 들은 게 아니라 하필 임지혜가 여기서 전화를 받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대화내용을 듣게 됐다. “밥 가져다 준다고? 아니야 괜찮아! 응, 오전에 민츠에서 커피랑 디저트 보내줬거든. 나도 꽤나 먹었어. 으응......”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상대가 누군지 예상이 갔다. “괜찮다니까, 나 안 배고파. 아 맞다 수연 씨 먹었나 물어볼게. 잠깐만, 수연 씨——” 고개를 드니 한쪽 손으로 스피커를 가리고 웃어보이는 임지혜가 보였다. 굳이 저럴 필요까지 있나? “수연 씨, 준영이가 나한테 점심 보내주겠다는데 수연 씨는 먹었어요? 아니면 이참에 같이 보내달라고 할까?” 이참에 같이? 임지혜의 속내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자꾸만 둘 사이에 자신을 끌어들이려는 건 정말이지 불만스러웠다. 돈만 벌면 알아서 나가주겠다는데 이거로는 모자른가? 화가 날수록 침착해진 서수연은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아니요, 먹었어요.” 임지혜는 곧장 휴대폰에 대고 애교를 부렸다. “수연 씨는 필요없대. 그럼 너도 오지 말고 얼른 가서 일봐......” 더는 못 들어주겠던 서수연은 아예 대본을 들고 도 감독에게로 건너갔다. ...... “감독님.” 도윤은 왼손으론 도시락을, 오른손으론 촬영분을 돌려보고 있었다. 그는 한큐에 끝낸 씬들도 검토하고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