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65장
“임지혜 씨만큼 그쪽에 대해 잘 알지도, 평소 어떻게 지내는지도 몰라요 난.
그러니 자세한 자료는 성훈 씨더러 전달해 달라고 해주시죠. 아니면 할머니 앞에서 덜미 잡힐 거니까요......그렇게 되면 피차 곤란해지잖아요.”
강준영의 얼굴이 이지러졌다.
“하, 나한테 손톱만큼이라도 관심이 있었으면 다 알았겠지. 그래, 이젠 보는 눈도 없는데 뭐하러 연기를 하겠어. 알아서 여기 있어, 난 일처리하러 갈 테니까.”
그 말을 끝으로 남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서재로 가버렸다.
그를 등지고 대본을 펼친 서수연은 방 안에 공허함이 감돌며 강준영의 체취가 점차 사그라질 때까지 소리를 듣지 못한 듯했다.
각자 할 일을 한다지만 서수연의 대본은 반나절이 지나도록 단 한 페이지도 넘겨지지 않았다.
싱숭생숭한 머릿속엔 온통 그 사람 생각 뿐이었다.
“조건이 맞지 않으면 좋은 결실도 없다——”
대사 하나가 문득 서수연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건 자신이 처한 현황 아닌가.
몰래 마음 흔들린 건 늘 서수연 쪽이었다.
그렇다고 강준영이 잘못한 건 또 없다.
잘못은 고사하고 몇 번이고 나서서 도와줬는데.
그저......그저 서수연을 좋아하지 않을 뿐이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건 하늘과 땅 차이인 두 사람의 조건.
대본을 내려놓은 서수연은 무릎을 붙잡고 한껏 몸을 웅크렸다.
서수연은 어쩌면 그가 데려온 배우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이 날 좋아하진 않을까 하는 망상이나 하고 있다니!
품지 말아야 할 마음은 품어선 안 되다며 스스로에게 몇 번이고 경종을 울렸다.
이번 영화 촬영만 끝나면 3억도 갚을 수 있겠지?
계약이 끝날 즈음엔 스스로를 먹여살릴 능력도 있을 거고 적어도 지금처럼 주눅이 들진 않을 거다.
“서수연 힘내! 넌 할 수 있어!”
다시 정신을 가다듬은 서수연이 대본을 읽기 시작했다.
한편, 서재에 있는 강준영은 한참이나 같은 자세로 멍을 때리고 있는 중이다.
무슨 여자 기분이 여름날 소나기보다도 더 변덕스러운가.
할머니와 임지혜 앞에선 한시도 떨어지기 싫어하는 아기새 같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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