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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4장

“할머니가 초대하신 거네요. 그럼 편히 있다 배불리 드세요.” 서수연은 입술을 앙다물고 최대한 담담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임지혜가 눈썹을 치켜들었다. “그럼요! 할머니가 해주시는 건데 많이 먹어야죠! 할머니는 예나 지금이나 날 아껴주시네요, 어릴 때 자주 놀러오면 늘 사탕도 사주셨는데!” 그렇다. 강준영과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니 할머니도 진작 임지혜를 알고 계셨을 거다. 더군다나 지금도 저렇게 예쁜데 그땐 훨씬 더 귀여웠겠지. 바비 인형같은 아이었을 테니 할머니도 분명 예뻐하셨을 텐데. 왜 두 사람을 이어주진 않으셨을까. 그렇다면 지금 이런 연기를 할 필요도 없지 않았을까. 이해가 가지 않아 서수연은 결국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수연 씨, 준영이랑 결혼한지도 꽤 됐는데 할머니가 직접 해주신 요리 많이 먹어봤겠네요!” 빤히 쳐다보던 임지혜는 서수연의 얼굴을 스쳐지나간 멋쩍은 기색을 캐치하곤 일부러 놀란 척 입을 틀어막았다. “어머! 수연 씨, 설마 아직도 할머니가 직접 요리해주신 적 없는 거예요?” 서수연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저건 분명 자기가 할머니와 가까운 사이라는 걸 드러내기 위해서다. 그래 뭐, 어차피 상관도 없는 일인데. “할머니랑 그리 가깝다니 이따가 얘기 많이 나누세요. 전 피곤해서 이만 올라가 볼게요.” 말을 마친 서수연은 곧바로 계단을 올라갔다. 피곤한데다 속도 싱숭생숭 난리였다. 서수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임지혜의 눈가엔 질투가 어린다. 제까짓게 뭔데 저리 당당하게 준영이 방을 올라가? 할머니랑 회포 풀 게 어디 있다고! 강준영과 함께 커온 건 맞지만 집안 형편은 하늘과 땅 차이었다, 윗어른들 역시 끽해봤자 친구의 친구 정도였고 말이다. 더 중요한 건 할머니가 그 시절부터 임지혜를 싫어해 늘상 강준영과 노는 걸 떼어놓았다는 점이다. 연예계에 들어간 뒤론 인맥이 필요할 때 때때로 강준영에게 도움을 청하곤 했었다. 할머니가 겉으로 별다른 말씀하지 않으셨지만 임지혜는 알았다. 강씨 가문에서 절대 연예계 생활하는 여자를 며느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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