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28장
뭘 대놓고 말한 건 아니지만 임지혜의 말엔 의도가 명확했다.
서수연더러 알아서 가고 이 자리는 강준영과 임지혜에게 남겨두라는 뜻일 테지.
못할 건 없지만 늘 말을 빙빙 돌려서 하는 임지혜의 화법이 도통 이해는 가지 않았다.
서수연은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나 주위를 두리번댔다.
시내랑 멀지 않아 분명 갈 방법이 있을 텐데.
역시나 머지 않은 곳에 버스 정류장이 보였다.
그래, 버스 타고 가면 되는데 임지혜더러 뺏고 싶으면 뺏으라지!
“알아서 버스 타고 갈게요.”
서수연이 정류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강준영 씨는 임지혜 씨 데려다 줘요, 촬영장도 멀리 있다니까.”
임지혜가 감지덕지해하며 서수연의 손을 덥석 잡았다.
“수연 씨, 고마워요! 진짜 수연 씨밖에 없다!”
“별 말씀을요, 그럼 전 이만.”
서수연은 억지미소를 지으며 덤덤하게 손을 빼낸 뒤 정류장으로 걸어갔다, 또 곁에 있는 강준영에겐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또 한번 소외 당한 강준영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임지혜에게로 밀려났다.
저 애송이는 대신 결정을 내리면서도 한 번도 강준영의 생각을 묻지 않았지.
“우린 가자 준영아.”
알아서 자리를 뜬 서수연 때문에 기분이 좋아진 임지혜가 강준영의 팔짱을 꼈다.
남자는 일그러진 얼굴로 멀어지는 서수연의 뒷모습을 쏘아봤다.
서수연이 신경도 쓰지 않으면 그 역시 신경 쓸 필요 없는 거 아닌가.
“가.”
강준영은 임지혜의 손을 떨쳐내며 차에 앉게 내버려뒀다.
우쭐대며 차에 올라탄 임지혜와 달리 강준영은 한참이고 밖에 떡하니 서있기만 했다.
“준영아, 안 타?”
“기사더러 데려다 달라고 해, 난 일 있어서.”
말이 끝나기 바쁘게 강준영은 기사에게 눈짓을 하며 곧장 차문을 닫아 버렸다.
“준영아......너......”
임지혜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차는 훌쩍 떠나버린다.
정류장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강준영의 모습을 보며 임지혜의 얼굴은 검으락푸르락 달아올랐다.
고작 서수연 때문에 버스를 다 타려 해?
곱게 자란 강씨 집안 도련님이 언제 버스를 타본 적이나 있겠다고!
시퍼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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