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27장
그 말에 강준영은 곁에 있던 서수연을 쳐다보곤 고개를 저었다.
“내일은 회의 때문에 안돼.”
“그럼 모레는? 나 요즘 스케줄 별로 없는데.”
임지혜가 애교를 부리며 무리수를 뒀다.
“너도 알잖아, 나 일정 꽉 찼다가 간만에 쉬는 거.”
거절하려던 강준영은 임지혜의 아버지가 자신을 구했었다는 생각 때문에 결국 망설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임지혜는 환하게 웃으며 일부러 곁에 있던 서수연을 힐끗 쳐다봤다.
“역시 준영이가 최고야, 그때 가서 연락할게.”
제 ‘남편’과 딴 여자가 약속을 잡는 걸 보고 있자니 영 기분이 별로였다.
그럼에도 나서서 말 한마디 할 자격이 없다는 게 문제.
서수연의 표정 변화를 읽어낸 임지혜는 속으로 깨고소해하며 비아냥댔다.
방금 강준영과 투닥거려봤자 승자는 임지혜니까.
문득 강준영이 마신 물컵을 바라보던 임지혜에게 또다른 수가 떠올랐다.
“오늘 웬 일이야, 음식들이 다 짜네.”
임지혜는 오만상을 쓰며 강준영의 컵을 들어 물을 마셨다.
그 제스처에 서수연은 그만 눈이 땡그래지고 만다.
방금 강준영이 다 보는 앞에서 물을 마셨었는데 그걸 임지혜가 못 봤다?
굳이 그걸 들어서 마시는 이유가 뭐지?
뭐 간접 키스 비스무리한 건가?
서수연은 입술을 꽉 깨물고 고개를 숙이더니 조롱하듯 입꼬리를 들었다.
참 뻔뻔하기도 하지.
강준영 역시 그 사실을 눈치챘다.
막 제지시키려기도 전에 임지혜가 자기 컵에 입을 대자 강준영은 얼굴이 굳어내리며 다시 손을 내렸다.
임지혜는 마치 그제야 안 사람마냥 놀란 척을 해댔다.
“어머! 미안, 내 컵인 줄 알았네.”
그리고는 미안한 기색을 하며 컵을 도로 원위치로 가져다 놨다.
“준영아 미안, 화 안 났지?”
지금 화를 내며 탓하면 되려 강준영이 쪼잔한 놈이 되어버린다 말하는 것같은 저 가스라이팅 화법.
강준영은 아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어두운 얼굴로 식사를 이어나갔다.
별다른 반응을 얻지도, 그렇다고 질책을 당하지도 않았던 임지혜는 웨이터에게 새로 식기 세트를 가져오라고 말했다.
다시 그 컵엔 손도 안 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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