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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3장

서수연이 고개를 창가 쪽으로 홱 돌리고 못 들은 체를 시전했다. “서수연 씨, 묻잖아 지금.” 강준영은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계속해 물었다. 살짝 각도를 트는가 싶던 서수연은 또다시 힘껏 한쪽으로 고개를 내쳤다. 임지혜랑 애매하게 굴면서 여기까지 달려온 건 자기면서. 정작 당사자는 뭘 묻지도 않았는데 방귀 뀐 놈이 성내는 격이네.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는 것마냥! 먼저 입을 열었음에도 두 번이나 무시 당한 강준영은 드디어 인내심이 바닥나 버린다. “차 세워.” 곧장 갓길에 차를 세운 기사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 “사장님, 저 내릴까요?” “응.” 기사가 부리나케 차에서 내렸다. 두 사람만 남은 차 안, 강준영이 손을 뻗어 강제로 서수연의 어깨를 붙잡아 돌려세웠다. “서수연 씨, 말하는 거 안 들려?” 어쩔 수 없이 눈을 마주친 서수연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들었는데요.” “그럼 왜 대답을 안 하지?” 강준영이 배배 꼬인 서수연의 얼굴을 보며 미간에 힘을 줬다. 고생 좀 덜하게 하려고 생전 처음 직접 나서주기까지 했더니. 정작 자긴 말 한 마디 없이 내내 무시하기만 해? 하, 양심도 없는 여자 같으니라고! 강준영을 바라보는 서수연의 눈가엔 속상함과 원망이 가득했다. “임지혜 씨 잘 부탁한다고 와준 거잖아요. 나한테 왜 와, 가서 옆에 있어주지.” “임지혜?” 강준영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누가 그랬는데?” 아직도 변명하려는 남자의 모습에 서수연이 입을 삐죽거렸다. “그걸 꼭 누구한테 들어야 되나? 내 눈으로 본 건데요! 그게 아니면 뭐하러 대단하신 양반이 아침부터 거기 앉아 있었겠어요?” “그러니까 내가 임지혜 위해서 도 감독 만나러 간 거다 이건가?” 그 생각에 강준영은 순간 기분이 좋아지며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치솟았다. 질투하는 거였구나. 화가 눈 녹듯 사르르 녹은 남자는 금세 어깨를 잡고 있던 손에서 힘을 풀었다. “임지혜 오는 줄도 몰랐어요. 난 서수연 씨 때문에 도 감독 찾아간 거고.” “나 때문에요?” 서수연이 놀라움과 의심이 한데 섞인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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