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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2장

임지혜는 눈을 팽글 굴리더니 도윤과 마주 앉아 떠보듯 물었다. “듣기론 감독님 <이담> 그 작품에 몇 년을 쏟아부으셨다면서요. 그동안 작품 활동 없으시다 했더니 이번 영화에 올인하셨나 보네요.” “그럼, 시나리오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대본까지 내가 일일이 고쳤거든. 분명 히트 칠 자신 있어.” <이담> 얘기만 나오면 도윤은 유난히도 진지해지곤 했다. 전 작품이 끝난 뒤, 슬럼프에 빠지며 색다른 소재를 찾지 못하다 <이담>을 집필하게 된 거다. 한 여성 사업가의 이야기를 담은 이번 영화는 수년을 걸쳐 만들어낸 피땀 어린 시나리오나 다름없다. “이런 작품에 신인 배우 캐스팅은 좀 위험하지 않을까요?”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임지혜는 도윤의 따가운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어머 오해하지 마세요 감독님, 전 수연 씨 뭐라고 하는 게 아니라 감독님 선택에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물으려던 거예요.” 그날 찍은 광고 영상의 서수연을 떠올리며 도윤은 저도 모르게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수연 씨 연기 경험은 없는데 보자마자 이 배역은 수연 씨거란 생각이 들더라고, 내가 원했던 그 느낌을 두루두루 다 갖추고 있었거든!” “아 그런가요? 그렇게 찰떡으로 들어맞아요?” 임지혜가 흘러넘칠 듯한 질투를 간신히 참아내며 물었다. 도윤이 확신에 차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생각하던 최고의 캐릭터야. 그리고 분명 잘해낼 거란 확신이 들어.” “그럼요, 저도 감독님이 꼭 좋은 연기자 발굴해내실 거라 믿어요.” 질투와 분노로 뒤섞인 속을 잠재우며 임지혜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해댔다. 말도 안돼, 겨우 그런 계집애가 첫 작품부터 대박날 리가 있나. 서수연의 연기에 실망하며 진작 자신을 고르지 않은 도 감독이 후회할 그날을 지켜볼 작정이다. “감독님, 전 또 스케줄 있어서 이만 가볼게요.” 임지혜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포나 풀려고 했는데 일정이 꽉 차서 도저히 시간이 안 되는 거 있죠. 다음에, 다음에 새 작품 하시면 꼭 저 잊지 마세요.” 간다는 말에 도윤도 한숨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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